돌연사 부르는 ‘조용한 병’ 비후성 심근병증
“가족력 있다면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해야”

비후성(肥厚性) 심근병증은 심장의 근육(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심근이 두꺼워지면 수축과 이완이 원활하지 않아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이유 없이 두꺼워지는 심근…무증상이라 더 위험
심근은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이나 대동맥판협착증으로 인해 두꺼워진다.
그러나 비후성 심근병증은 뚜렷한 원인이 없거나, 그 정도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과도하게 심근이 두꺼워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 질환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돌연사다. 대개 증상이 거의 없어, 별다른 전조 없이 실신하거나 급사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 중 심전도나 심장초음파 이상으로 확인되거나, 돌연사 가족력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진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영상검사로 진단…섬유화·조직변성 여부 종합 평가
진단은 심장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비후된 심근 내부에 섬유화가 진행되거나 근육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성된 상태가 관찰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직변성이 없는 비후성 심근병증도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
◇ 약물·수술·시술 병행…환자 위험도 따라 치료 달라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의 목표는 증상 완화와 합병증 예방이다. 대부분은 약물치료로 심박수를 낮추고 심근 이완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약물로 조절이 어렵다면 두꺼워진 심근 일부를 절제해 혈류의 흐름을 확보하는 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또 심실중격의 관상동맥에 알코올을 주입해 일부 근육을 위축시키는 관혈적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실신 병력, 돌연사 가족력, 심근섬유화 정도, 심근 비후 범위 등을 종합 평가해 돌연사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이식형 심실제세동기(ICD)를 예방적으로 삽입한다.
또한 이 질환은 심방세동·협심증 등 합병증을 동반하기 쉬워,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 “대부분 환자는 적절한 관리로 일상생활 가능”
고위험군 환자는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의 위험이 있지만, 대부분은 적절한 관리와 꾸준한 검진을 통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걷기, 요가, 가벼운 자전거 타기 등 저·중강도 운동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며, 다만 최대심박수의 70%를 넘는 고강도 운동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반드시 사전 평가와 단계적 운동이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고위험군의 경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족력이나 실신 병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돌연사에 대비해 보호자들은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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