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7% 과로로 건강 악화…10명 중 2명 주 80시간 초과
전공의노조 “격무가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1인당 환자 수 제한 필요”

전공의 10명 중 8명이 과로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명 중 2명은 여전히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공의법 개정을 앞둔 의료현장의 현실을 드러냈다.
12일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1차 전공의 근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과반이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27.8%는 법정 상한인 주 80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었다.
전공의 77.2%는 “과도한 근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일반 근로자(30.3%)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07년부터 시행된 ‘전공의법’은 전공의의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은 일부 병원에서 주 72시간, 연속 근무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실제 근로환경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 휴게시간과 휴가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 70% 이상은 “법정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고, 91.8%는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병가 사용에도 제약이 따른다는 응답이 많았다.
과중한 업무는 전공의 개인의 문제를 넘어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공의의 절반 이상(53.6%)이 “격무로 인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9명은 “환자 안전을 위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 과로의 핵심 원인은 과도한 환자 수와 인력 공백”이라며 “적정 인력 기준과 환자 수 제한, 그리고 입원전문의·진료지원인력 등 대체 인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한 복지부의 관리체계가 병원 자율 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노조는 “문서 점검에 그치지 않고 근로감독관의 불시 점검, 수련병원 실태조사, 신고자 보호제도 등을 포함한 상시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 위반 병원에는 과태료 부과, 수련병원 인증평가 반영, 국고지원 제한 등 실질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전공의법의 일부 특례조항을 제외하면 일반 노동법이 그대로 적용되는데도 수련병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부가 전공의 근로 실태를 명확히 확인하고, 병원이 준수해야 할 노동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공의법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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