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등록 장기체류 아동 보호자도 건강보험 사각지대 벗어나야”

임신 앞둔 G-1-81 체류 외국인 가입 거절
"체류 유형보다 인도적 필요성 우선 고려" 제도 개선 권고

[사진=나무위키]

인도적 사유로 국내 체류가 허용된 미등록 장기체류 아동의 보호자 역시 건강보험의 보호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체류 자격의 형식적 구분만으로 건강보험 가입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아동의 보호자에게 부여되는 기타(G-1-81) 체류자격 소지자를 건강보험 지역가입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사안은 기타(G-1-81)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A씨가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지역 건강보험 가입을 신청했다가 거절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을 시도했지만, 보험 당국은 기타(G-1) 체류자격 중 일부 유형만 지역가입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배제한다는 내부 기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진정을 통해, 기타(G-1) 체류자격은 본질적으로 국가가 인도적 사유를 고려해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임에도 세부 유형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체류 기간과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외국인의 체류자격을 인권위법상 ‘기타 사유’에 따른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다만, 현행 제도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별도의 제도 개선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체납 가능성이나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만을 근거로 특정 체류자격을 전면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엄격한 건강보험 적용 요건과 체류 기간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만큼, 일괄 배제는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특히 G-1 체류자격은 세부 유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도적 사정으로 국내 체류가 불가피한 경우 법무부 장관이 부여하는 자격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성격이 유사하다고 봤다.

이 가운데 G-1-81은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아동의 성장권과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호자에게 부여되는 자격이다. 아동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반 체류가 사실상 필수적이며, 그 기간 또한 단기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권위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의료보장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동의 권리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해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역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체류자격별 세부 유형에 따른 제한은 복잡하고,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미비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응급·분만 진료 등 필수의료 접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인권위는 “체류자격의 형식적 구분보다는 인도적 체류의 필요성과 실제 생활 여건, 의료서비스 접근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아동의 보호자(G-1-81)를 건강보험 제도의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견 표명은 단순히 특정 체류자격의 문제를 넘어,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장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과제를 다시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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