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병' 결핵, 여전히 현재진행형 "고령층·만성질환자 주의"

잠복결핵도 면역력 저하 시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 가능
2주 이상 기침 지속되면 검사 필요…치료 중단 땐 내성 위험

▲ 결핵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꾸준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사진=AI 생성이미지]


결핵은 흔히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병'으로 인식되지만, 국내에서도 여전히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결핵 발병 위험이 높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과거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고 4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약 200만명이 사망하는 주요 감염병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결핵관리사업과 경제 수준 향상으로 발생률이 줄었지만, 최근 5년간(2020~2024년) 신규 환자가 8만명을 넘었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이다. 가장 흔한 형태는 폐를 침범하는 폐결핵이지만, 결핵균이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지면 림프절, 뇌막, 척추, 복막 등 다양한 장기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임파선 림프절 결핵, 결핵성 뇌막염, 척추결핵 등으로 나타날 수 있어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닌 전신 질환으로 봐야 한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염자의 약 5~10%만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고, 나머지는 면역 체계에 의해 억제돼 잠복결핵 상태로 남는다. 다만 잠복 상태라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당뇨병, 영양결핍,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 고령 등은 결핵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

박 교수는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이라며 "치료를 받지 않은 활동성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이 타인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서 감염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전염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약 2주 이내에 전염력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결핵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대표 증상은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이며, 가래나 객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미열, 야간 발한,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 감소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기관지 결핵의 경우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단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생각해 방치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핵 진단은 객담 검사와 영상 검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객담에서 결핵균을 확인하는 도말검사와 배양검사가 가장 중요한 확진 방법이다. 최근에는 결핵균 유전자 검사(PCR)를 통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도 가능해졌다.

흉부 X선 검사는 폐 병변 확인에 도움이 되지만, 과거 결핵 흔적과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단독으로 활동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필요하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 추가로 시행된다.

결핵은 치료 기간이 길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폐결핵의 표준 치료는 항결핵제를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료를 성실히 따르면 성공률은 약 98%에 이른다.

문제는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을 복용하는 경우다. 이 경우 결핵균이 약에 대한 내성을 획득해 약제 내성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다. 내성 결핵은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치료 성공률도 낮아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박 교수는 "결핵 치료가 장기간 필요한 이유는 결핵균이 매우 느리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기간 동안 약물을 유지하지 않으면 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치료 종료 후 재발할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침이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악화하고, 자칫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며 자연 치유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항결핵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큼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리팜피신 복용 시 소변 색이 붉게 변할 수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간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피로감이나 황달이 나타날 수 있고, 에탐부톨은 일부 환자에서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피부 발진이나 관절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치료 중 음주나 한약,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은 간독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며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결핵은 개인의 질병을 넘어 사회적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며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전파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핵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는 것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주은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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