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윤 분당서울대 이비인후과, 따뜻한 실내가 독이 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많은 분들이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목이 칼칼하다”, “코가 막힌다”고 하소연합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보면, 감기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과도하게 건조해진 실내 환경이 문제의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난방으로 실내 온도는 높아지지만, 습도는 뚝 떨어져 사막보다 건조한 환경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건조함은 귀·코·목 점막을 약하게 만들고 면역 방어 기능을 떨어뜨려 다양한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겨울철 건조함이 가져오는 대표적인 귀·코·목 질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귀 질환 ― “건조한 실내가 귀에도 영향을 줄까요?”
많은 분들이 귀 질환을 찬 바람이나 물놀이와 연결해 생각하지만, 의외로 건조한 공기 자체가 귀 건강에 큰 영향을 줍니다.
1)급성 중이염
건조한 공기는 코와 인두 점막을 말라붙게 해 이관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이관은 코와 귀를 연결해 압력을 조절하는데, 기능이 약해지면 귀가 먹먹해지고 압력 변화에 취약해져 감염이 쉽게 발생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이관이 짧고 넓어 중이염이 더 자주 생깁니다.
2)외이도염
따뜻한 실내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이는 귀 안의 피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귀가 가렵고 각질이 생기거나, 심하면 진물과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죠. 건조한 외이도에 귀 파는 습관이 더해지면 악순환이 생겨 염증이 쉽게 악화됩니다.
■ 코 질환 ― “건조함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
코 점막은 차고 건조한 공기를 가장 먼저 마주하기 때문에 겨울철이면 특히 취약해집니다.
1)비염 악화
난방이 강한 실내에서는 점막의 가습 기능이 떨어지고 분비물이 끈끈해지면서 코막힘이 심해집니다. 특히 히터 바람을 쐬고 자면 아침에 코가 ‘완전히 막힌’ 상태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2)비출혈(코피)
건조한 공기는 점막을 얇게 하고 혈관을 노출시켜 작은 자극에도 출혈이 나기 쉽습니다. 아이들이나 항응고제를 먹는 성인에게는 더욱 흔하게 나타납니다. 겨울철 반복되는 코피의 대부분은 감기보다 점막 건조가 더 큰 원인입니다.

■ 목 질환 ― “건조함을 가장 빨리 느끼는 부위”
목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해, 건조할 때 통증이나 칼칼함이 쉽게 생깁니다.
1)급성 인후염·만성 인후두염
건조한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점막이 반복적으로 손상돼 목이 따갑거나 기침이 늘고, 음성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장시간 말을 많이 하는 직업군이나 노인, 역류성 인후두염 환자에게 더욱 흔합니다.
2)성대 결절·폴립
건조한 공기 속에서 목을 많이 사용하면 성대 점막이 손상돼 결절이나 폴립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난방이 잘 된 강의실이나 회의실에서 장시간 말해야 하는 분들이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 겨울철 건조함으로부터 귀·코·목을 지키는 법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강조하고 싶은 관리법입니다.
| ▲실내 습도 40~60% 유지 가습기를 쓴다면 물은 매일 갈아주세요. 세균 오염이 걱정된다면 빨래 널기, 욕실 문 열기 같은 자연 가습도 좋습니다. ▲물 충분히 마시기 점막을 회복시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생리식염수 스프레이 비염·코막힘·코피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하루 2~3회가 적당합니다. ▲귀 파기 금지 건조한 외이도에 상처를 내면 염증이 쉽게 악화됩니다. ▲히터 바람 직접 노출 피하기 온풍기나 자동차 히터 바람이 얼굴에 바로 닿지 않도록 조절해주세요. ▲목 관리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건조한 환경에서 과도한 발성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겨울철 건조한 공기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이비인후과 질환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겨울만 되면 중이염이 심해진다”, “목이 칼칼하다”, “코가 계속 막힌다”는 증상은 실제 감기보다 점막 건조가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따뜻한 실내에서도 습도 유지와 적절한 생활 습관만으로 귀·코·목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작은 관리가 겨울철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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