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독이 될 때…피부·눈·코를 흔드는 겨울 난방

건조·고온·밀폐가 겹치면 저온화상부터 안구건조·비염까지 잇따른다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2-25 09:06

▲ 난방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 피부·눈·호흡기 점막이 약해져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난방은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대표적인 ‘생존 장치’다.


하지만 난방을 켜는 순간 실내 환경은 빠르게 달라진다. 실내 습도는 떨어지고, 실내외 온도 차는 커지며, 추위를 이유로 환기 빈도는 줄어드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질병관리청도 겨울철 건강수칙을 통해 “난방 사용으로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기 쉬운 만큼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내가 건조해지면 코와 기관지 점막이 마르고, 피부와 눈의 수분도 함께 줄어들어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건조·고온·밀폐’ 환경이 겹치면 생각보다 다양한 질환이 함께 고개를 든다.


핫팩과 전기장판으로 인한 저온화상처럼 즉각적인 손상도 있고, 피부 장벽 약화나 안구건조증, 알레르기 비염 악화처럼 서서히 누적되는 문제도 있다.


겨울철 난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신체 부위별로 짚어본다.

◇ 난방이 만드는 공통 위험…피부와 점막이 먼저 반응한다


난방을 시작하면 실내 공기 중 수증기가 줄어들면서 피부와 점막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피부는 장벽 기능이 약해지며 속당김과 가려움, 각질이 늘고, 코 점막은 방어력이 떨어져 외부 자극에 민감해진다.


눈 역시 눈물막이 쉽게 증발해 뻑뻑함과 이물감이 심해진다.

질병관리청이 겨울철 실내 습도를 40~50%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반복해서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막과 피부는 건조한 환경에서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이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염증과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온도 관리도 중요하다. 정부와 정책브리핑 등을 통해 제시되는 겨울철 실내 권장 기준은 대체로 온도 18~20℃, 습도 40~60% 범위다.


특히 영유아나 노약자처럼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군의 경우 과도한 난방은 오히려 건강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함께 강조된다.


결국 핵심은 실내를 ‘너무 뜨겁게, 너무 건조하게, 너무 오래 밀폐’하지 않는 데 있다.


▲ 난방과 열 자극이 겹치면 피부 장벽이 쉽게 무너져 가려움·홍조·각질 같은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 핫팩·전기장판, 뜨겁지 않아 더 위험한 저온화상


겨울 난방 관련 건강 문제 가운데 가장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험으로 꼽히는 것이 저온화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부 핫팩은 최고 온도가 70℃까지 올라가고, 40~70℃ 상태가 장시간 유지될 수 있다. 이 상태로 피부에 직접 닿아 있으면 화상 위험이 크다.

특히 취침 중처럼 감각이 둔해지는 상황에서는 한 부위에 오랜 시간 접촉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 손상이 깊어질 수 있다.


저온화상은 뜨겁다는 경고 신호가 약해 방치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물집, 진물, 피부 변색이나 괴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장판 역시 장시간 밀접 접촉 시 저온화상 위험이 있다는 소비자안전주의보가 나온 바 있다.


소비자원은 핫팩은 맨살에 직접 붙이지 말고, 전기장판은 이불이나 패드를 덧대 피부와 거리를 두고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온열 제품은 ‘편의용품’이 아니라 ‘열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피부 장벽 붕괴, 겨울 난방에서 시작된다


난방은 피부의 수분을 빼앗는 동시에 장벽 회복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


히터 바람을 얼굴에 직접 맞거나, 겨울철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는 습관이 겹치면 피부 표면의 지질층은 더욱 쉽게 손상된다.


그 결과 단순 건조를 넘어 가려움, 홍조, 각질 증가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겨울철에는 여드름과 비슷해 보이는 주사(주사피부염·주사비) 역시 열 자극과 건조로 악화되기 쉬운 질환으로 꼽힌다.


난방기구에서 나오는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피부 자극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피부 관리의 출발점은 ‘무엇을 바를지’보다 ‘회복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실내 습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샤워는 미온수로 짧게, 세정 시 물리적 자극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관리에도 홍조나 따가움, 갈라짐이 반복된다면 단순 건조를 넘어선 상태일 수 있어 진료를 고려하는 것이 안전하다.


▲난방으로 실내 공기가 마르고 온도 차와 환기 부족이 겹치면 눈은 건조해지고 코와 귀는 염증에 취약해질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 눈·코·귀까지 흔드는 난방 환경


겨울철 안구건조증 역시 난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난방이 시작되면 실내 습도가 20%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환경에서는 눈물막이 빠르게 증발해 뻑뻑함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히터 바람을 얼굴로 직접 맞는 습관이나 장시간 화면 작업은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알레르기 비염도 겨울에 증가한다.


찬 공기와 큰 실내외 온도 차가 코 점막을 자극하고, 환기 부족으로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같은 실내 항원이 쌓이기 쉽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겨울철에도 환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난방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 외이도 피부가 예민해져 가려움이 늘고, 감기나 비염이 잦아지면서 중이염 위험도 커진다. 감기 이후 귀 통증이나 먹먹함이 지속된다면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겨울철 난방은 온도·습도·환기를 함께 관리해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셔터스톡]


겨울철 난방은 불가피하지만, 사용 방식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과도한 난방과 건조한 실내 환경은 각종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난방의 온도와 습도, 환기 빈도를 함께 관리해 실내 환경을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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