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멀쩡해 보여도…‘두부외상’은 시간과의 싸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 중 두부 손상 비율은 42.2%로 가장 높고 치명률도 45.8%에 달한다. 입원 원인은 추락·낙상이 56.1%로 최다였고 운수사고가 33.6%를 차지했다. 최근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용 확대로 젊은 층·청소년의 사고도 늘고 있는 추세다.

조경근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장 겸 뇌센터장은 “두부외상은 초기 증상이 미미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할 수 있다”며 “머리를 다쳤다면 스스로 괜찮다 해도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부외상은 충격의 세기·부위·사고 경위에 따라 스펙트럼이 넓다. 두피 타박·열상처럼 생명 위협이 적은 손상부터 뇌진탕,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 중증까지 다양하다.
외관상 상처가 없어도 두통·어지럼·구토·기억 혼란 등 뇌진탕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귀·코에서 피나 맑은 액체가 흐르면 기저부 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경막외출혈 등 뇌출혈은 초기 의식이 또렷하다가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신속한 영상검사와 처치가 필요하다.
사고 현장에서는 의식 상태를 확인하고 반응이 없으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환자를 억지로 일으키거나 움직이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24~48시간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특히 ▲반복 구토·심해지는 두통 ▲의식저하·멍한 반응 ▲말이 어눌해짐·시야 흐림 ▲팔다리 마비·감각 이상 ▲경련·발작 ▲귀·코 출혈 또는 맑은 분비물이 보이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예방도 중요하다. 자전거·전동킥보드·오토바이 이용 시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어린이 활동공간에는 충격 완화 매트를 설치한다. 고령자는 욕실·계단 등 낙상 위험 장소에 미끄럼 방지 설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 병원장은 “두부외상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고”라며 “특히 고령자·영유아는 증상 표현이 어려워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사고 후 두통·구토·의식 변화 등 이상 신호가 보이면 지체 없이 응급의료체계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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