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사망률 1위’의 벽을 흔들다

유전자 검사·표적항암제·면역치료 확대로 5년 생존율 42.5%…조기 발견과 맞춤 치료가 관건

▲ 폐암 치료는 이제 ‘얼마나 오래 사느냐’를 넘어 ‘어떤 치료를, 언제, 누구에게 적용하느냐’를 따지는 정밀의료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AI 생성이미지]

70대 A씨는 몇 달 전부터 기침이 잦아지고 숨이 차는 증상을 느꼈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나 노화에 따른 호흡기 불편으로 여겼다. 가래가 늘고 체중이 줄어드는 증상까지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폐암이 주변 조직과 다른 장기로 빠르게 퍼진 뒤였다. A씨처럼 폐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폐암이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 선택지와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폐암은 오랫동안 가장 두려운 암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진단이 늦고 전이가 빠르며, 한 번 진행되면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폐암은 여전히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다. 2024년 암 사망자 가운데 폐암 사망자는 1만9401명으로 전체 암 사망자의 21.8%를 차지했다. 

그러나 폐암 치료의 흐름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과거 폐암은 ‘발견되면 늦은 암’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조기 검진과 유전자 검사,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의 발전이 맞물리며 생존율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01~2005년 16.6%에서 2019~2023년 42.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25.9%p 오른 수치다. 

◇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암, 그러나 생존율은 달라지고 있다


폐암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침, 가래, 흉통, 호흡곤란, 객혈,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초기에는 단순 감기나 기관지 질환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폐암은 진단 당시 이미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사망률도 다른 암종보다 높게 나타난다.

다만 최근 생존율 개선은 폐암 치료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폐암검진을 통한 저선량 흉부 CT 검사 확대, 수술 기술 발전, 방사선치료의 정밀화, 새로운 항암제 도입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폐암을 하나의 질환으로 보지 않고, 환자마다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가진 질환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폐암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어도 환자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일 수 있다. 어떤 환자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치료의 핵심 단서가 되고, 어떤 환자는 면역항암제 반응 가능성이 치료 전략을 좌우한다. 이제 폐암 치료는 “폐암 몇 기인가”를 넘어 “어떤 폐암인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 폐암 치료의 첫 단계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는 일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폐암 가운데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며,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으로 구분된다. 나머지 소세포폐암은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발견 당시 전이가 동반된 경우가 많아 치료가 더 까다로운 암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폐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이오마커 검사다. 바이오마커는 암세포의 특성을 보여주는 생체표지자다.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되면 EGFR, ALK, ROS1, RET, BRAF, MET, NTRK 등 치료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폐암 병기에 따라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비교적 일률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4기 폐암이라도 어떤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특정 변이가 확인되면 해당 변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가 성장하고 증식하는 특정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정상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간 질병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내성 발생과 부작용 관리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유전자 검사는 폐암 치료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진행성 폐암 넘어 조기 폐암까지 넓어진 정밀의료

정밀의료의 영향은 진행성 폐암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술이 가능한 조기 폐암에서도 재발을 줄이기 위한 수술 전후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폐암은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수술 전후에 어떤 치료를 더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202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RET 융합 양성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조요법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ASCO Post에 따르면 선택적 RET 억제제인 셀퍼카티닙은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 등 근치적 치료를 받은 stage IB~IIIA RET 융합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재발·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낮춘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stage II~IIIA 환자군 분석에서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약 83% 감소한 것으로 소개됐다. 

이는 조기 폐암에서도 유전자 검사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수술이 가능한 폐암의 경우 병변 제거와 보조 항암치료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수술 이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춘 치료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군에 해당하며, 실제 적용 여부는 허가, 급여, 환자 상태, 의료진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면역항암제 역시 폐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축이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진행성 폐암뿐 아니라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고 미세 전이를 억제하기 위한 선행보조요법,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보조요법 영역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결국 폐암 치료의 방향은 ‘진행된 암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에서 ‘처음부터 재발 가능성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폐암 치료가 더 정밀하고, 더 이른 단계에서 개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 생존 기간만큼 중요해진 삶의 질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폐암 환자가 암과 함께 살아가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면, 이제는 치료를 받는 동안 일상생활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경구용 표적항암제는 일부 환자에게 통원 치료의 가능성을 넓혀줬다. 반복적인 입원이나 주사 치료 부담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물론 경구용 치료제도 피부 발진, 설사, 간 기능 이상, 고혈압, 간질성 폐질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사진=AI 생성이미지]

폐암 치료에서는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이 함께 환자 상태를 검토해야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수술이 가능한지, 항암치료를 먼저 해야 하는지, 방사선치료를 병행해야 하는지,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적용 가능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폐암 치료는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료 반응을 확인하고, 내성 여부를 평가하고, 부작용을 조절하며, 필요할 경우 다음 치료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환자 개인의 몸 상태와 생활 환경, 치료 목표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 폐암은 흡연자만의 병이 아니다

폐암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하지만 폐암을 흡연자만의 질환으로 보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비흡연자에게도 폐암은 발생할 수 있다. 간접흡연, 라돈, 석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직업적 유해물질 노출, 가족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여성 비흡연자에게서도 폐암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어, 증상이 지속될 경우 흡연 여부만으로 위험을 낮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거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쉰 목소리 등이 이어진다면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위험군에서는 국가폐암검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저선량 흉부 CT는 일반 흉부 X선보다 작은 병변을 발견하는 데 유리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고 예후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 폐암 치료의 다음 과제는 접근성과 지속 관리


폐암 치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모든 환자가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검사를 제때 받을 수 있는지, 검사 결과에 맞는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지, 부작용 관리와 추적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지에 따라 치료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정밀의료가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진단 단계에서 충분한 조직 확보와 정확한 병리 판독, 적절한 유전자 검사, 치료제 접근성, 다학제 진료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치료제가 좋아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환자가 그 치료에 도달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다.

폐암은 여전히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다. 그러나 치료의 언어는 바뀌고 있다. 이제 폐암 앞에서 중요한 질문은 “몇 기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폐암인가”,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가”, “수술 전후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 “환자의 삶의 질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폐암 치료는 이제 단순히 생존 기간을 늘리는 단계를 넘어, 환자별 특성에 맞춰 치료 순서와 방법을 설계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조기 발견, 정밀 진단, 맞춤 치료, 다학제 관리가 맞물릴 때 폐암은 더 이상 절망의 이름으로만 남지 않는다. 사망률 1위라는 무거운 현실은 여전하지만, 정밀의료는 그 현실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국가암정보센터, 「통계로 보는 암-사망률」, 2024년 주요 암 사망분율. 
국가암정보센터, 「5년 상대생존율」, 2019~2023년 암종별 생존율 통계. 
국가암정보센터, 「비소세포폐암」, 폐암의 종류와 분류.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 발표」. 
The ASCO Post, 「Adjuvant Selpercatinib Improves Event-Free Survival in RET-Positive Early-Stage NSCLC」. 
[1]: https://www.cancer.go.kr/lay1/S1T645C646/contents.do?utm_source=chatgpt.com "통계로 보는 암 - 사망률 - 주요암 사망분율"
[2]: https://www.cancer.go.kr/lay1/S1T648C650/contents.do?utm_source=chatgpt.com "5년 상대생존율"
[3]: https://www.cancer.go.kr/lay1/program/S1T211C223/cancer/view.do?cancer_seq=4061&utm_source=chatgpt.com "내가 알고 싶은 암 - 암의 종류 - 전체암 보기 - 비소세포폐암"
[4]: https://ascopost.com/news/june-2026/adjuvant-selpercatinib-improves-event-free-survival-in-ret-positive-early-stage-nsclc/?utm_source=chatgpt.com "Adjuvant Selpercatinib Improves Event-Free Survival in RET -Positive Early-Stage NSCLC"
[5]: https://www.yna.co.kr/view/AKR20260120072300530?utm_source=chatgpt.com "암환자 5년 생존율 74%…전립선암, 폐암 제치고 첫 남성 1위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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