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휘청' 빙판길보다 위험한 여름철 노인 낙상

탈수·근력 저하·만성질환 겹치면 골절·장기 요양까지 이어져
  • 김지현 기자
  • 발행 2025-08-19 12:59

▲ 여름철 무더위는 노인의 탈수·어지럼증·근력 저하로 낙상과 골절 위험을 높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름철 무더위가 노인들의 균형 감각을 흔들며 낙상 위험을 높이고 있다.


흔히 낙상 사고는 겨울철 빙판길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름에도 빈번하다.

한국소비자원의 ‘2020~2024년 고령자 위해정보 동향 분석’에 따르면, 고령자 낙상 사고는 여름·가을, 겨울, 봄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고온으로 인한 탈수와 어지럼증, 근력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인은 골밀도가 낮고 반사 신경이 둔해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낙상, 왜 더 위험할까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급격히 줄어 탈수가 발생한다. 노인은 갈증을 덜 느끼고 체내 수분량도 적어 탈수에 더 취약하다.


이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고 앉았다 일어설 때 어지럼증(기립성 저혈압)이 생겨 쉽게 균형을 잃는다. 전해질 부족은 근육 경련과 힘 빠짐을 유발해 낙상 위험을 더욱 키운다.

여기에 고령으로 인한 근감소증과 여름철 활동량 감소가 겹치면 하체 근력이 약해지고 보행 안정성이 떨어진다. 반응 속도도 늦어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뇨병, 파킨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과 복용 약물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여름철 탈수로 약물 농도가 높아지면 어지럼증, 졸음, 피로 같은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윤형조 정형외과 전문의(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진료부원장)은 “노인은 골다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진다”며 “장기간 침상 생활로 욕창, 혈전증 등 합병증 위험이 크고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방이 최선…환경 관리·근력 운동 필수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주거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 욕실·주방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손잡이나 안전바를 부착한다.


바닥에 있는 전선이나 물건은 정리하고, 문턱·계단 등 위험 구간에는 눈에 잘 띄는 색 테이프를 붙여야 한다. 필요 시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무더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앉았다가 일어설 때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시원한 실내에서 스트레칭, 맨손 체조, 벽 짚고 서기, 한발로 서기, 스쿼트 같은 균형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낙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은 혈압·혈당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약물 복용 후 어지럼증이나 졸음이 나타나면 의사·약사와 상의해 복용 시간이나 용량을 조정해야 한다.

윤형조 전문의는 “여름철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삶을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소”라며 “생활 습관 관리와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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