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아이만 작을까?"…성장 골든타임 놓치지 않는 방법

성장호르몬 치료 증가 추세 성조숙증 검사·생활관리까지 성장클리닉 역할 주목

▲ 또래보다 작은 키가 걱정된다면 성장 속도와 성조숙증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성장 골든타임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사진=AI 생성이미지]

최근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거나 성장 속도가 느려 성장클리닉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성장 검사와 치료가 일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아이의 성장 추이와 발달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려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 관련 진료도 익숙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성장호르몬 주사제 건강보험 청구 환자 수는 3만7017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7~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아이의 키를 크게 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성장 속도와 성장판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고 건강한 성장 과정을 관리하려는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일수 부원장은 “최근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단순히 현재 키만 보기보다 아이의 성장 속도와 성장판 상태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아이의 키는 유전뿐 아니라 수면, 영양, 운동, 호르몬 상태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성장 과정 전반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래보다 작거나 성장 속도 느리다면 성장 추이 살펴야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작거나 성장 속도가 느린 경우 단순히 부모의 영향을 받은 체질적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장호르몬 이상, 영양 문제, 내분비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같은 연령과 성별 평균 신장의 3% 이하인 경우를 저신장증으로 분류한다. 다만 현재 키가 작지 않더라도 성장 속도가 둔화되거나 또래와의 차이가 커지는 경우에는 성장 흐름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연 4cm 이하의 성장 속도를 보이는 경우, 또래보다 키가 많이 작은 경우, 부모 키가 작은 경우, 부모 키에 비해 성장 추이가 더딘 경우, 사춘기가 시작됐는데 성장 변화가 크지 않은 경우, 또래와의 키 차이로 스트레스가 큰 경우라면 성장클리닉 진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성장클리닉에서는 문진과 신체계측, 영상 및 혈액검사 등을 통해 성장 속도, 골연령, 가족력, 사춘기 진행 여부, 최종 예상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골연령 검사는 X-ray 촬영을 통해 성장판 상태와 뼈 성숙도를 확인하는 검사로, 현재 성장 가능성과 최종 예상키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이와 함께 혈액 및 소변검사를 통해 성장 관련 호르몬과 영양 상태, 갑상선 기능,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한다. 필요할 경우 성장호르몬 자극검사, 염색체 검사, 뇌 MRI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키만 크다고 안심 금물… 성조숙증 확인도 중요


성장클리닉은 키가 작은 경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소아비만,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사춘기가 또래보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아는 만 8세 이전,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가슴 몽우리나 고환 크기 증가 등 2차 성징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성조숙증이 발생하면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일시적으로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뼈 나이를 앞당겨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최종 성인 키를 작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아이의 2차 성징 발현 여부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사춘기 지연 치료를 병행해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성장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성장호르몬 치료, 건강보험 기준 확인해야

성장 이상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마다 필요한 치료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의학적 기준상 저신장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또래와의 키 차이로 스트레스가 크거나 성장 과정에 대한 고민이 큰 경우에는 아이 상태를 살펴보며 상담과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을 때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를 기대하기 좋은 편이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검증된 대표적인 저신장증 치료는 성장호르몬 주사다. 성장호르몬은 뼈와 연골 성장, 근육 증가 등에 관여한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매일 잠자기 전 복부나 팔, 허벅지 등의 피하지방 부위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자동주사기와 자가투약기 등이 개발되면서 치료 편의성도 높아졌다.

다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때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뇌하수체 기능 저하로 인한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프라더-윌리 증후군, 만성신부전증, 주수보다 작게 태어난 부당경량아 중 따라잡기 성장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등 병적인 원인이 명확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별한 질환 없이 키가 작은 특발성 저신장증의 경우 전액 비급여로 진행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치료 초기에는 1~2개월 간격으로 경과를 확인하고, 이후에는 보통 3개월 단위로 성장 속도와 성장판 상태, 부작용 여부 등을 평가하며 치료를 이어간다. 무분별한 성장호르몬 투여는 척추측만증 악화, 일시적인 혈당 상승, 부종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면밀한 추적 관찰 아래 이뤄져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성장 과정을 꾸준히 관찰하며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뼈 나이가 여아 14~16세, 남아 16~18세 정도가 돼 성장판이 닫히면 치료 종료를 고려한다.

◇성장 치료만큼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성장기 아이들은 의학적 검사와 치료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영양, 규칙적인 운동 등 기본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늦게 자는 생활 패턴,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인한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등은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성장호르몬은 주로 깊은 수면 중 분비되기 때문에 성장기에는 일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D 등 균형 잡힌 영양 섭취도 필요하다. 줄넘기, 수영, 농구 등 규칙적인 운동 역시 성장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음식 등 고당·고지방 식습관은 소아비만을 유발하고 성조숙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지나친 스트레스나 만성질환도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생활습관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김일수 부원장은 “아이마다 성장 속도와 발달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또래보다 성장 변화가 느리거나 작은 키로 인해 스트레스와 자신감 저하를 겪는 경우도 있어 현재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키를 크게 하는 목적보다 성장 속도와 생활습관,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함께 살펴보며 건강한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희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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