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와의 대화, 가족이 꼭 알아야 할 ‘단계별 대응법’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2-12 13:12

▲ 환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안정감 있게 대응하는 보호자의 태도만으로도 치매 환자의 하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치매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서 기억·언어·판단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이상행동(BPSD)이 나타난다. 이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변화다.


한국치매협회 『치매환자와 즐겁게 사는 법』을 바탕으로, 보호자가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치매 단계별 소통·돌봄 방법을 정리했다.

치매 초기: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기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초기 치매의 대표 증상은 방금 한 행동을 잊는 단기기억 저하다.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잊거나 수도를 잠그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환자를 다그치면 자존감이 떨어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보호자가 위험 요소를 먼저 정리하고, 환자가 아직 할 수 있는 기능을 지지하며 위협 없이 도와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걸 왜 버려? 나중에 다 쓸 데 있어.”
쓰레기를 쓰레기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판단 기능 저하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버려야 한다’는 논쟁은 효과가 없다. “이 물건은 제가 갖고 싶어요”처럼 우회적으로 물건을 넘겨받는 방식이 더 안전하다. 환자가 흥분해 있다면 상황이 가라앉은 후 다시 시도한다.

▶“방금 몇 시라고 했지?”
반복 질문은 기억 장애로 인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신호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몇 번을 묻더라도 부드럽고 일정한 톤으로 반복해서 답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가 안정감을 느끼면 반복 행동이 줄어든다.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언어 장애가 동반되면 단어 선택과 문장 이해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짧고 쉬운 말로 천천히 설명하고, 필요하면 손짓·표정 등 비언어적 소통을 활용한다. 환자의 말을 끊거나 지적하지 말고, 가능한 한 대화의 흐름을 유지한다.

치매 중기: 혼란을 줄이는 환경 조성이 핵심


▶“이거 어떻게 입는 거지?”

옷의 순서를 헷갈리거나 입는 목적 자체를 잊을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단계별로 동작을 설명해 천천히 따라 하게 돕고, 옷을 잘못 입어도 부정하기보다 “이렇게 하면 더 편해요” 같은 긍정적 안내가 효과적이다. 입고 벗기 쉬운 옷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죽고 싶어… 이제 끝이야.”
우울감과 혼란이 깊어지며 자살 관련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말을 끊거나 무시하면 위험하다. “많이 힘드셨죠?” 같은 공감 표현으로 감정을 안정시키고,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한다.

▶“돈이 없어졌어. 네가 훔쳤지?”
망상·의심은 치매 중기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즉시 부정하기보다 “그래요? 함께 확인해볼까요?”처럼 중립적 태도로 반응한다. 중요 물건은 환자 앞에서 함께 보관 장소를 확인하면 기억 단서가 생겨 오해가 줄어든다.

▶“여기가 화장실인가?”
시간·장소를 헷갈리게 되면서 화장실 위치를 찾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에서 배변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소리를 지르면 혼란이 심해진다. 규칙적으로 화장실 사용을 확인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두거나 표지판을 크게 붙여 인지 단서를 강화한다. 배변 의심 행동이 보이면 즉시 화장실로 안내한다.

치매 말기: 감정을 지키는 돌봄이 필요


▶“내가 밥을 먹었나?”
시간·장소·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이 크게 저하되는 단계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

정서적 충격을 주지 않도록 부정하지 말고, “지금은 점심시간이에요. 제가 함께 드릴게요”처럼 차분하게 반복 안내한다.

말기 치매는 거동 저하, 합병증 위험 증가 등 의료적 관리가 필수인 시기다. 집에서 돌봄이 어렵다면 요양병원·요양시설 이용이 보호자의 잘못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위한 선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치매환자와 즐겁게 사는 법』은 “치매 돌봄의 정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말한다. 


환자의 말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이해하고, 반복되는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보호자의 안정감이 치매 환자의 하루를 크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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