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속 오래된 화장품, 써도 될까?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피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도움말: 정재훈 전문의(더프리티영의원 원장)
화장대를 열어 보면 몇 번 쓰다 방치된 화장품이 한두 개쯤은 남아 있다. 뜯지 않은 쿠션 리필이나 몇 번 사용하고 잊어버린 크림, 냉장고에 보관해 둔 에센스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개봉하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냉장 보관했으니 더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판단이 피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유통기한과 사용기한, 무엇이 다를까
화장품을 사용할 때 가장 많이 혼동하는 개념이 바로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이다. 유통기한은 제품이 미개봉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반면 사용기한은 제품을 개봉한 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즉 유통기한이 남아 있는 제품이라도 이미 개봉했다면 권장 사용기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반대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개봉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정재훈 더프리티영의원 원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보존력의 약화”라며 “보존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쉽게 번식할 수 있고 성분이 분해되거나 산화되면서 피부 자극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토피나 알러지 반응이 심한 분들, 여드름을 포함해 기존에 피부질환을 가진 분들, 민감성 피부를 가진 경우 이런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냉장 보관해도 유통기한은 늘어나지 않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오해라고 지적한다.
정재훈 원장은 “저온 보관은 산화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지만 유통기한 자체를 연장시키지는 않는다”며 “특히 오일이나 에멀전 형태의 제품은 냉장 환경에서 층 분리가 일어나 오히려 제형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관 환경 역시 화장품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미생물 증식이 활발해지고 성분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화장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능성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성분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기한을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정재훈 원장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자외선 차단제는 개봉 후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효과가 유지되지만 빛과 열에 쉽게 분해될 수 있다”며 “비타민C 제품은 개봉 후 약 2개월, 레티놀 제품은 1~3개월 이내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능성 성분은 공기, 빛,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 화장품 종류별 권장 사용기간
화장품은 제품 종류에 따라 사용기한이 크게 다르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스킨케어 제품은 개봉 후 약 6개월에서 1년 이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클렌징 제품은 개봉 후 약 1년 정도 사용이 권장된다.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마스카라는 사용기한이 가장 짧아 개봉 후 2~3개월 이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 주변에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세균 오염이 발생하면 눈 염증이나 결막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립스틱이나 립글로스 같은 립 제품은 개봉 후 약 6개월 정도 사용이 권장된다. 입술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공기와 오염물질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은 보통 개봉 후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퍼프나 브러시는 위생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세척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좋다.
◇ 파우더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오래 사용 가능
온라인에서는 ‘가네다’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가루 네버 다이’의 줄임말로, 파우더 타입 화장품은 오래 사용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실제로 파우더 형태의 화장품은 수분 함량이 낮기 때문에 미생물 번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아이섀도나 블러셔, 페이스 파우더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정재훈 원장은 “파우더 제품은 수분이 거의 없어 다른 화장품보다 비교적 오염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사용기한을 넘겨도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기한을 초과한 화장품은 발색력이나 밀착력 등 제품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사용 환경에 따라 세균 번식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 화장품 변질 여부 확인하는 방법
개봉 시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제품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화장품에서 시큼하거나 금속성 냄새가 나거나 색이 탁해지거나 갈색으로 변했다면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형이 분리되거나 덩어리가 생긴 경우 역시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피부에 발랐을 때 따가움이나 가려움, 붉어짐 같은 자극 반응이 나타난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을 권고한다.
정재훈 원장은 “화장품은 결국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아깝다는 이유로 사용기한이 지난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용기한이 지난 제품은 과감히 폐기하고, 평소 개봉 날짜를 기록해 두고 권장 사용기간을 지키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화장대 속 오래된 화장품을 정리하는 일은 번거롭지만, 피부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관리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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