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혈액종양내과, 암 치료 이후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

  • 부동희 기자
  • 발행 2026-01-07 13:00

▲ 림프종 치료 이후에도 근력·면역·영양 저하로 인한 ‘보이지 않는 위험’이 지속될 수 있어, 암 생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국민배우의 별세 소식과 함께 그가 오랜 기간 림프종으로 투병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림프종이라는 질환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온 의사로서, 이번 일을 계기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암 그 자체’보다 오히려 치료 이후에 찾아오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림프종을 포함한 혈액암 환자들은 항암치료와 장기 투병 과정에서 신체 전반의 기능 저하를 겪기 쉽다. 근력이 떨어지고, 면역 기능이 약해지며, 식욕 감소와 영양 불균형이 누적된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이런 변화가 더 빠르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과되기 쉬운 문제가 바로 연하 기능, 즉 ‘삼킴 기능’의 저하다.

진료실에서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식사하다가 자주 사레가 듭니다.” “예전보다 음식을 삼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밥 먹고 나면 기침이 나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넘긴다.


하지만 암 치료를 거친 고령 환자에게 이런 변화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음식물 질식이나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암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몸이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혈액암 환자는 장기 투병 과정에서 근감소증, 탈수, 영양 저하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사고도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질환 자체보다 이후의 합병증이나 일상 속 사고가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경험한다.

이 때문에 최근 의료계에서는 ‘암 생존자 관리’, 즉 survivorship care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암의 재발 여부만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이후 환자가 안전하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피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영양 상태 점검, 연하 기능 평가, 근력 유지, 면역 상태 관리, 생활 안전 교육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령의 혈액암 환자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개입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음식의 질감과 점도를 조절하고, 식사 자세를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삼킴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질식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보호자가 이런 변화를 ‘당연한 노화’로 넘기지 않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다.

암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생존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 이후에도 환자가 안전하게 식사하고, 숨 쉬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진정한 치료의 연장선이다.


림프종을 비롯한 혈액암 환자들이 치료 이후의 삶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고령 암 환자의 숨은 위험 요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넓어지길 바란다.

▲ 김은경 H+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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