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시간이 병이 되는 시대
바른 자세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내는 삶이 일상이 됐다. 출근하면 컴퓨터 앞에 앉고, 회의도 앉아서 하고, 보고서와 메신저, 전화까지 모두 ‘앉은 채’ 해결된다. 많은 사람이 허리 통증과 목 결림을 느끼며 습관처럼 이렇게 말한다.
“자세가 안 좋아서 그런가 봐.”
그래서 허리를 곧게 펴고, 어깨를 뒤로 젖히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쓴다. 자세교정 의자와 보조기구도 넘쳐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임상 현장과 연구 결과는 점점 다른 답을 가리키고 있다. 문제는 ‘나쁜 자세’가 아니라 ‘너무 오래 움직이지 않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몸은 가만히 있으라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간의 몸은 조형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구조다. 아무리 해부학적으로 이상적인 자세라 해도 오랜 시간 유지하면 근육은 긴장하고 관절에는 부담이 쌓인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자세라도 자주 바꾸고 움직임이 동반되면 특정 부위에 집중되는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물리치료와 운동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말이 있다.
“The best posture is the next posture.”
지금의 자세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오래 유지되면 그 자체로 부담이 된다. 결국 가장 좋은 자세는 ‘다음 자세’, 즉 바뀌는 자세다.
사무직 근로자를 떠올려 보자. 하루 6~9시간을 거의 같은 각도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허리와 목, 어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혈류 순환이 둔해지고, 하체 근육 사용이 줄어들면서 대사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다. 자세를 아무리 곧게 세워도, 움직이지 않으면 몸은 점점 굳는다.
척추 질환이 젊어지고 있는 이유
최근 척추 질환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는 사무직 근로자, 장거리 운전자, 좌식 생활이 잦은 젊은 층에서도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이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흐름의 원인을 ‘현대 생활 방식’에서 찾는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척추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진다. 여기에 운동 부족과 체중 증가가 겹치면 회복 속도는 더 느려진다.
그래서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뿐 아니라 빠른 회복과 조기 재활, 그리고 일상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척추 수술 분야에서도 최소 침습 내시경 수술과 함께, 수술 이후 얼마나 빨리 움직임을 회복하느냐가 치료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는 결국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척추 건강의 핵심은 ‘고정’이 아니라 ‘회복 가능한 움직임’이다.

‘30분 앉고 15분 서기’
최근에는 사무직 근로자의 근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실험 연구도 진행됐다.
국제 학술지 『응용 인간공학(Applied Ergonomics)』에 발표된 호주 연구에 따르면, 하루 업무 시간 동안 ‘30분 앉아 일한 뒤 15분 서서 근무하는’ 고정된 비율을 유지한 그룹은 자신이 편한 대로 앉았다 일어났던 그룹보다 허리 통증 감소 폭이 더 컸다.
또한 이 그룹에서는 업무 집중력 향상과 스트레스 지표 개선 효과도 함께 나타났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운동을 따로 하지 못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움직임의 리듬을 만들면 몸은 반응한다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척추 부담과 피로는 줄어들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서 있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앉아 있든, 서 있든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오래 앉아 있으면 혈관도 점점 굳는다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근골격계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움직임이 줄어들면 혈류가 느려지고, 혈관의 반응성도 떨어진다.
실제 연구에서는 오래 앉아 있을수록 혈관이 확장되는 능력이 감소하고, 이완기 혈압이 상승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 때문에 자주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코코아나 사과, 베리류처럼 플라바놀 성분이 풍부한 식품이 혈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이다. 음식이 움직임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세 교정’은 필요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자세 교정이 필요한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특정 작업 자세와 통증이 명확하게 연결돼 있고, 자세를 조정했을 때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라면 교정은 의미가 있다. 외형적인 스트레스나 운동 퍼포먼스 개선을 위한 자세 수정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모든 통증의 원인을 ‘자세 불량’으로만 설명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이미 연구들은 자세 자체가 통증과 퍼포먼스를 결정짓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심한 척추측만증이 있어도 불편함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있고, 평발이어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는 운동선수들이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내 몸은 충분히 움직이고 있는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작은 변화’
거창한 운동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물을 자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전화 통화를 서서 하거나, 회의 중 일부를 스탠딩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움직임은 늘어난다. 알람을 맞춰 한 시간에 한 번 일어나는 습관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사무 환경 역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스탠딩 데스크, 유연한 근무 방식, 움직임을 허용하는 조직 문화가 함께 가야 한다. 장시간 좌식 노동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바르게 앉는 법’만 배워왔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질문이다.
얼마나 자주 움직이고 있는가.
몸은 로봇이 아니다. 스스로 움직임을 조절하며 적응하는 존재다. 자세를 억지로 고정하기보다, 다양한 움직임을 허용하는 삶이 오히려 건강에 가깝다.
오늘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면, 답은 간단하다.
“지금,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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