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참교육’이 던진 경고, 교문 넘어 들어온 마약

액상형 전자담배·젤리·사탕 형태로 접근성 높아져
SNS·익명 메신저 통해 거래 확산…투약 넘어 유통 가담 우려도

▲ 평범한 전자담배 액상과 젤리, 다이어트약까지…청소년 곁으로 파고든 마약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사진=AI 생성이미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학교 안팎의 폭력과 도박,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중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마약을 유통하면서도 “우린 촉법이라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식으로 비웃고, 다이어트약을 빙자한 약물이나 펜타닐 패치를 교실에서 버젓이 투약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가상의 기관인 교권보호국 소속 나화진 감독관이 이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설정은 극적 장치가 더해진 이야기지만, 마약이 전자담배나 알약, 간식처럼 익숙한 형태로 위장해 청소년에게 파고드는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은밀하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이제 학교와 가정의 경계를 넘어 일상 속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일부 성인 범죄나 유흥가 주변 문제로 여겨지던 마약류가 최근에는 전자담배, 젤리, 사탕, 다이어트약, 집중력 강화제 등 청소년에게 익숙한 형태로 위장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청소년은 제품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약류에 노출되거나, ‘살이 빠진다’, ‘공부에 도움이 된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식의 권유에 넘어가 약물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접근 경로도 오프라인 중심에서 SNS와 익명 메신저, 해외 직구,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단속과 예방 모두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촉법소년 연령대의 중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장면 [사진=넷플릭스]


대중문화에서까지 청소년 마약 문제가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사회 전반의 우려로 확산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소년이 접하는 미디어와 현실의 경계가 가까워진 만큼, 가정과 학교에서도 마약류가 어떤 방식으로 위장되고 유통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전자담배·젤리·사탕으로 위장한 신종 마약

최근 청소년 마약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마약류가 겉보기에는 평범한 생활용품이나 간식처럼 보이도록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합성대마 성분을 섞거나, 젤리와 사탕 등 식품 형태로 가공해 유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액상형 합성대마는 일반 전자담배 액상과 외형이 비슷해 청소년이 위험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일부 판매자는 ‘기분 전환용’,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등의 표현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합성대마는 환각, 불안, 공황, 의식 저하, 심박수 증가 등 심각한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반복 사용 시 의존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젤리나 사탕 형태의 마약류도 문제다. 포장만 보면 일반 간식과 구별하기 어렵고, 소량으로 나뉘어 유통되면 보호자나 교사가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청소년 입장에서는 ‘마약’이라는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 채 호기심으로 접근할 수 있어 초기 차단이 중요하다.

◇ ‘다이어트약’과 ‘공부 잘하는 약’의 위험한 유혹

학업 스트레스와 외모에 대한 압박도 청소년 약물 오남용의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식욕억제제인 이른바 ‘나비약’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거래되는 대표적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꼽힌다.

이 약물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 복용 관리가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단기간 체중 감량’, ‘식욕 차단’ 등의 표현으로 쉽게 거래되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복용할 경우 불면, 두근거림, 불안, 우울감, 의존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치료제 역시 ‘집중력 강화제’, ‘공부 잘하는 약’으로 포장돼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해당 약물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로, 건강한 청소년이 학업 목적으로 복용할 경우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이 크다. 수면유도제나 일부 비만치료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불법 거래되며 청소년 약물 노출의 통로가 되고 있다.

◇ SNS가 만든 빠른 접근성, ‘던지기’로 번지는 유통 구조

청소년이 마약류에 접근하는 주요 통로는 SNS와 익명 메신저다. 판매자는 은어와 초성, 그림문자 등을 활용해 단속을 피하고, 비공개 채팅방이나 해외 기반 메신저를 통해 구매자를 모집한다. 결제 역시 가상자산이나 대포계좌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문제는 청소년이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유통 과정에 가담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는 청소년에게 소액의 대가를 제시하며 특정 장소에 마약류를 숨겨두는 이른바 ‘던지기’ 운반책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학생 신분이라는 점을 악용해 수사망을 피하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자신이 심각한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범죄 구조 안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 한 번 유통에 관여하면 판매자에게 개인정보나 약점을 잡혀 반복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다.

◇ 처벌만으로는 부족…조기 발견과 치료 연계 필요

청소년 마약 문제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약물 접근 방식이 교묘해지고, 거래 경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가정과 학교가 위험 신호를 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수면 패턴 변화, 과도한 체중 감량, 감정 기복, 원인 불명의 금전 사용, 낯선 전자담배 액상이나 알약 소지 등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방 교육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마약은 위험하다”는 경고만으로는 청소년의 실제 노출 환경을 따라가기 어렵다. 전자담배 액상, 다이어트약, 집중력 강화제, SNS 거래 방식 등 청소년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

중독이 의심되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처벌보다 치료와 상담 연계가 우선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 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면, 청소년은 문제를 숨기고 더 깊은 유통망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학교, 의료기관, 상담기관, 수사기관이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이미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환경 속 위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자담배나 다이어트약처럼 익숙한 이름으로 포장된 약물이 실제로는 마약류일 수 있다는 점을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 단속과 처벌, 예방 교육, 치료·재활 체계가 함께 작동할 때 청소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자료 출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예방교육포털’(www.drugfree.or.kr)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의료용 마약류 ADHD 치료제 안전사용 기준’(www.mfds.go.kr)

대검찰청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www.spo.go.kr)


구재회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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