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쉬지 못하는 몸…열대야가 만든 ‘수면 부족 시대’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 OECD 최하위권…폭염·스마트폰·늦은 생활 습관이 숙면 방해
만성적인 수면 부족, 비만·당뇨·고혈압·치매 위험과 연관…“잠도 건강 관리의 일부”

7월 들어서 본격적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낮 동안의 폭염은 그대로 이어져 밤 12시가 넘어도 기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도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고, 에어컨을 켜면 추위에 깨고 끄면 다시 찾아오는 더위에 잠을 설친다.
지난해보다 더 더운,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이 여름에 많은 사람이 ‘잠들기 어려운 밤’을 보내고 있다. 여름의 밤만 보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몇 달의 수면 부족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수면 부족 문제는 단순히 여름철 불편함으로만 볼 수 없다. 수면은 신체 회복과 호르몬 조절, 면역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수면 부족이 쌓이면 피로감뿐 아니라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저기온 25도 이상 ‘열대야’…왜 잠을 방해할까?
기상청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열대야로 정의한다.
우리 몸은 잠들기 전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수면 상태에 들어간다. 체온 조절과 함께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면서 몸은 휴식 모드로 전환된다.
하지만 밤에도 기온이 높으면 체온을 낮추기 어려워진다.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열 배출이 방해되고, 깊은 수면 단계로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자다가 여러 번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한여름 밤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에어컨을 켰다가 추워서 깨고, 끄면 더워서 다시 깨는 상황”도 이런 체온 조절 과정과 관련이 있다.
한국인은 왜 잠이 부족할까?
우리나라의 수면 부족 문제는 단순히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회원국 가운데 평균 수면 시간이 짧은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해 왔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성인의 수면 시간이 건강 유지에 필요한 수준보다 부족한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잠을 줄여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성실함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었다.
직장인의 경우 업무 시간뿐 아니라 긴 출퇴근 시간도 수면 시간을 줄이는 요인이다.
집에 돌아온 뒤 부족했던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늦게까지 깨어 있는 ‘보상성 야간 활동’도 취침 시간을 늦추는 원인이 된다.
하루 동안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던 사람이 밤늦게라도 휴식을 취하려 하면서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도 현대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뇌를 각성 상태로 유지하고, 화면에서 나오는 빛은 생체 리듬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짧은 영상 콘텐츠나 SNS처럼 즉각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콘텐츠는 사용 시간을 쉽게 늘려 취침 시간을 늦추는 원인이 된다.
커피 소비 증가와 늦은 시간 식사 역시 숙면을 방해한다.
카페인은 체내에서 오랫동안 작용해 잠드는 시간을 늦출 수 있으며, 늦은 야식은 소화 과정 때문에 몸이 완전히 휴식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방해한다.

부족한 잠이 몸을 병들게 하는 과정
수면 부족은 다음 날 피곤함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과 대사 기능이 흔들리면서 여러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균형이 변화한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분비는 감소하고,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은 증가하면서 음식을 더 찾게 된다.
특히 밤늦게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야식 섭취 가능성이 커지고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면 부족은 혈당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인슐린이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태가 반복되면 제2형 당뇨병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거기에 혈압에도 문제가 생긴다. 정상적인 수면 과정에서는 밤 동안 혈압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교감신경 활성도가 높아지고 혈압 조절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수면 부족은 혈관 건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수면부족은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은 뇌가 하루 동안 쌓인 정보를 정리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수면이 부족하면 뇌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여,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면부족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는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여름철 숙면 관리법
수면 전문가들은 열대야 기간에는 ‘완벽하게 시원하게 만드는 것’보다 ‘일정한 수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 잠들기 전 침실 온도를 미리 낮추기
- 에어컨은 낮은 온도보다 일정한 온도 유지하기
- 새벽에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얇은 이불 준비하기
-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 늦은 시간 카페인과 음주 피하기
-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특히 잠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지나치게 늦잠을 자는 것은 생체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잠은 줄이는 시간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투자
과거에는 잠을 줄이는 것을 노력과 성실함의 상징처럼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수면은 남는 시간에 하는 활동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올여름 계속되는 열대야는 우리에게 ‘잠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밤마다 반복되는 수면 부족이 단순한 피곤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혈압, 혈당, 면역력, 뇌 건강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수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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