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도 의료용 플라스틱 분해…감염 위험 높일 가능성 제기

  • 강주은 기자
  • 발행 2025-05-09 13:3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균이 생분해성 의료용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균은 플라스틱 표면에서 더욱 활발히 작용하며, 의료기기 손상뿐 아니라 병원 내 감염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루넬대학교의 로넌 매카시 교수 연구팀은 병원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서 ‘pap1’이라는 효소를 발견했다. 이 효소는 봉합사나 임플란트, 스텐트, 상처 드레싱 등 다양한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8일 자(현지시간)로 발표됐다.


기존에는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자연환경의 미생물에서만 발견됐으나, 병원균이 이와 유사한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처음 입증되었다. 연구진은 pap1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해 효소를 발현시킨 뒤, 대장균이 PCL 기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반면, 해당 유전자가 제거된 녹농균은 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했다. 이는 pap1 효소가 플라스틱 분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증거다.


또한 녹농균은 플라스틱과 접촉할 경우, 분해 효소의 활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pap1 효소가 존재할 때 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되는 생물막(biofilm)의 양은 유리 표면보다 많았다. 생물막은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며,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어 녹농균에 감염된 나방 유충을 통해 병원균의 독성이 플라스틱과의 접촉 시 더 강해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플라스틱이 함께 존재했을 때 유충은 더 빠르게 사망했으며, 반대로 pap1 유전자가 제거된 균주를 사용할 경우에는 플라스틱의 유무와 관계없이 유충의 생존률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향후 다른 병원균들도 플라스틱 분해 능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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