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때, 우리는 ‘시래기 된장국’으로 겨울을 난다

찬 바람이 매서워질수록 국물 있는 음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시래기 된장국은 몸을 데우는 동시에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겨울 대표 음식이다.
한 그릇 속에는 단순한 ‘국’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먹을거리가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겨울을 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고, 오늘날에는 과학적으로도 그 영양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겨울을 견디게 한 저장 식재료, 시래기
시래기는 무청이나 배춧잎을 그늘에 말려 만든 저장 식재료다.
무를 수확한 뒤 버려지기 쉬운 무청을 말려 겨울 내내 활용한 방식은 식량을 아끼고 영양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생활의 산물이었다.
『산림경제』와 『해동죽지』 등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시래기는 겨울철 필수 나물로 등장한다. 정월대보름에 묵은 나물을 먹는 풍습 속에서도 시래기는 “온갖 병을 없애는 나물”로 언급될 만큼 귀한 존재였다.
오늘날에도 시래기는 나물, 국, 찌개, 조림, 밥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특히 시래기 특유의 구수한 향과 질감은 된장과 만나 깊은 맛을 만들어내며, 겨울철 입맛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장을 살리고 포만감을 주는 식이섬유의 보고
시래기의 가장 큰 영양적 강점은 풍부한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동시에 장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 대장 건강을 지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과식을 막는 효과도 있어 겨울철 체중 관리 식단에도 적합하다.
특히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고 식사가 무거워지기 쉬운데, 시래기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국이나 찌개로 섭취하면 부담 없이 식단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빈혈·골다공증 걱정 줄이는 무기질
시래기에는 철분과 칼슘도 비교적 풍부하다. 철분은 적혈구 생성에 관여해 빈혈 예방에 도움을 주고, 칼슘은 뼈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다.
햇볕을 받으며 말리는 과정에서 영양 밀도가 높아지는 것도 시래기의 장점이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이나 골밀도가 떨어지기 쉬운 중장년층에게 시래기는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겨울철 보조 영양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무시래기를 첨가한 실험에서 유방암 세포 증식 억제와 세포 자가 사멸 유도가 관찰됐고, 고혈압 쥐 실험에서는 5주간 시래기를 섭취한 실험군의 혈압이 대조군보다 유의미하게 낮아진 결과가 보고됐다.
이러한 연구는 시래기가 단순한 전통 식재료를 넘어 기능성 식품으로서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실험 결과인 만큼 일상 식단에서는 균형 잡힌 섭취가 중요하다.
시래기 된장국이 밥상에 오래 남은 이유
시래기 된장국이 특히 사랑받는 이유는 된장과의 궁합에 있다.
된장은 시래기의 군내를 잡아주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익균과 아미노산이 국물의 영양과 풍미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들깻가루를 더하면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이 보완되고, 고등어를 함께 넣으면 단백질과 오메가 지방산까지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
이처럼 시래기 된장국은 식이섬유와 무기질,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겨울 식사로, 겨울철 면역력 관리에도 적합하다.
시래기 된장국은 빠르게 끓이는 음식이 아니다.
중약불에서 시간을 들여 끓일수록 시래기는 부드러워지고 국물은 깊어진다.
이는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기다림의 음식’이라는 시래기의 성격을 보여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 냄비 끓여 두면 며칠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점 역시 겨울 식탁에 잘 어울린다.
오늘 같은 날, 유난히 찬 바람이 스며드는 날이라면 시래기 된장국 한 그릇으로 몸을 녹여보는 건 어떨까.
조상들의 겨울을 지탱했던 지혜와 시래기의 영양이 만난 이 국 한 그릇이, 건강한 하루를 여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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