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자도 장기기증 허용 추진…기증자 확대해 대기자 사망 줄인다

“뇌사자만 기다리는 구조로는 한계…DCD 도입으로 생명 살릴 길 열어야”
  • 오혜나 기자
  • 발행 2026-02-11 10:5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장기기증자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며 심각한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20년 2,191명에서 2024년 3,096명으로 약 41% 증가하며 기증자 부족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연명의료 중단자의 장기기증을 가능하게 하는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제(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 도입을 위한 장기이식법 개정안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DCD 제도는 심정지 이후 장기기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영국·스페인 등 30여 개국에서 이미 운영 중이며 전체 장기기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이 제도가 없어 DCD 기증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실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국제장기이식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사망자 장기기증률은 인구 백만 명당 약 7.7명 수준으로, 스페인의 53.9명, 미국의 약 49.7명 등 주요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이러한 낮은 기증률은 사전 기증 의사 등록 부진, 가족 동의율 저조,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장기기증 대상에 연명의료 중단자를 포함시키고, 연명의료 중단 이행 전 기증 동의, 기증자 검사, 이식대상자 선정 등 필수 절차를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순환정지 후 사망시각을 ‘자발적 순환과 호흡이 불가역적으로 정지한 후 5분 경과한 시점’으로 명확히 규정해 제도적 혼선을 방지하도록 했다.

서미화 의원은 “뇌사자 장기기증만을 기다리는 구조 속에서 환자들이 이식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처럼 DCD 제도를 도입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제도적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이 제도로 연결되어야 한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발표한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6~’30)’**을 통해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등 기증방식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뇌사자 중심의 기증 체계는 실제 기증 가능 인구를 제한하며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으며, 사전 의사 표시 등록률이 낮고 가족 동의를 얻기 어렵다. 또, 사회적 인식과 교육의 부족으로 인해 장기기증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사후 신체 기증에 대한 문화적·정서적 장벽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구조적·문화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뿐 아니라 생명 존중에 대한 교육, 가족 중심의 의사소통 지원, 장기기증 절차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의 문을 넓히는 것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노력이 병행될 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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