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통합돌봄 ‘우수 모델’의 그늘
인력난·예산 한계·원거리 소외 문제 여전히 과제로

(헬스케어저널=구재회 기자) 초고령사회 농촌 지자체들이 내놓은 거점형 통합돌봄 모델은 부족한 인프라를 극복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청양군은 고령자복지주택을 중심으로 주거·의료·요양·복지를 한데 묶은 ‘청양형 통합돌봄 모델’을 구축하며 전국적인 우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군은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지역이다.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농촌 지역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어르신들이 평소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환경을 비교적 실효성 있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심에는 2023년 청양읍에 준공된 127호 규모의 고령자복지주택이 있다. 단지 안에는 공동식당, 재활운동실, 체력단련실, 주간·단기 보호실 등이 마련돼 어르신들이 집 안에 고립되지 않고 이웃과 어울리며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통합돌봄센터가 설치돼 읍·면 단위 지원창구와 연계하고, 복지·간호 전담 인력이 대상자의 상황을 밀착 관리하는 구조도 마련됐다.
퇴원 환자의 일상 복귀를 돕는 셰어형 주택도 청양군 모델의 특징으로 꼽힌다. 병원 치료를 마친 어르신들이 쇠약해진 몸으로 곧바로 자택에 돌아가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단지 내에 임시 거주 공간을 두고 방문진료, 방문 운동 지도, 식사 배달, 이동 지원, 주거환경 개선 등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장기요양 수급자, 병원 퇴원 환자, 고령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밀착형 서비스 역시 청양군 모델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실제로 청양군은 2019년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 지자체로 선정된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았고, 보건복지부의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성과대회에서도 우수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요양원 등 시설 입소에 의존하던 기존 복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농촌에서도 지자체의 실행력과 촘촘한 공간 설계가 뒷받침되면 통합돌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들은 화려한 성과 이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프라의 절대적 결핍을 행정력으로 쥐어짜 내 운영하는 구조인 만큼, 만성적인 구인난과 예산의 한계, 외곽 지역 거주자의 소외 문제 등 뼈아픈 단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롤모델로 평가받는 농촌 통합돌봄이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차가운 현실을 들여다봤다.
◇ 거점 중심의 역설, 먼 외곽 마을은 여전히 ‘돌봄 사각지대’
청양군을 비롯한 농촌형 모델의 핵심은 읍 단위 중심지에 자원을 집약하는 거점화다.
고령자복지주택과 통합돌봄센터처럼 주거와 복지, 보건 서비스를 한 공간에 묶는 방식은 흩어진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여러 서비스를 한곳에서 연계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장점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거점 중심 모델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면이나 리 단위 외곽 마을 거주자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거점 시설 인근에 사는 어르신들은 비교적 쉽게 복지관 프로그램이나 집중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교통이 불편한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같은 서비스를 체감하기 어렵다.
방문보건팀이 차량으로 이동해 찾아가는 진료와 상담을 돕는다 해도, 넓은 면적에 흩어진 대상자를 소수의 인력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 1~2회의 짧은 방문만으로는 매일, 매 순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 어렵다.
더욱이 어르신이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나 집중 관리를 위해 거점 시설을 직접 방문하려 해도,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 탓에 이동권이 크게 제한된다.
결국 거점 시설 가까이에 사는 어르신과 접근이 어려운 외곽 지역 어르신 사이에 돌봄 서비스 이용의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읍·면 단위 현장 실무자들은 “전담 담당자 한두 명이 넓은 면적에 흩어진 수십 명의 위기 대상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촘촘히 대응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거점 시설 인근 거주자가 아니면 응급 상황이나 일상 공백에 즉각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고 토로한다.
◇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실무자 희생에 기댄 위태로운 구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돌봄과 의료를 제공할 전문 인력을 구하는 일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대도시의 경우 예산만 뒷받침되면 민간 의료기관이나 요양보호사를 비교적 쉽게 연계할 수 있지만, 농촌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의사나 간호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 의료 인력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가장 많은 손길이 필요한 요양보호사마저 고령화되면서 인력 풀이 빠르게 줄고 있다.
어렵게 채용하더라도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중증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조기 퇴사율이 높다.
청양군 모델처럼 방문진료, 만성질환 관리, 식사 지원, 이동 지원,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려면 결국 이를 움직일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리 고령자복지주택과 통합돌봄센터가 잘 갖춰져 있어도, 현장에서 어르신을 만나고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인력이 부족하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지역 재가복지센터 관계자는 “현장을 뛸 요양보호사들도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데다, 외곽 지역은 이동 거리가 길고 유류비 부담까지 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언제까지 사명감 하나만으로 소수 실무자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농촌 통합돌봄이 시스템의 안정성보다는 사명감을 가진 소수 공무원과 복지 실무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희생에 기대어 굴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농촌형 통합돌봄이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시설과 제도뿐 아니라,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돌봄·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 시범사업 끝나면 ‘스톱’? 지자체 재정 한계와 지속가능성 의문
예산의 지속가능성도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농촌 지자체 대부분은 자체 세수가 부족해 재정 자립도가 낮다.
현재 운영되는 우수 통합돌봄 사업들의 상당수는 중앙정부의 시범사업 예산이나 공모사업을 통한 한시적 국비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청양군처럼 주거와 복지, 보건의료를 결합한 모델은 초기 구축 단계에서도 예산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운영비다.
전담 인력 인건비, 방문 서비스 비용, 이동 지원, 식사 배달, 시설 유지관리, 의료기관 연계 비용 등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안정적인 법적 근거와 상시적인 국비 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중단될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다수의 지자체 통합돌봄 부서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 시범사업이나 공모사업 예산으로 어렵게 훌륭한 뼈대를 세웠음에도, 향후 지원 기한이 끝나고 이 거대한 시스템을 온전히 열악한 군비로만 감당해야 할 시점이 오면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농촌형 통합돌봄은 병원이나 시설이 멀어 정든 집을 떠나야 했던 어르신들에게 분명 절실한 구명줄이다. 청양군의 사례는 농촌에서도 주거·의료·요양·복지를 한데 묶으면 어르신의 삶을 지역 안에서 지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자체의 눈물겨운 자구책에만 찬사를 보내기에는 현장이 감내해야 할 무게가 너무 무겁다.
청양군 통합돌봄이 우수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령자복지주택을 중심으로 한 공간 설계, 퇴원 환자를 위한 전환기 돌봄, 보건의료와 복지의 밀착 연계는 농촌형 돌봄 모델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다만 이 모델이 전국적 표준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을 다른 농촌 지자체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농촌 통합돌봄의 과제는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것’에서 ‘좋은 사례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자체의 주도와 헌신을 넘어, 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력 파견 지원, 지역 돌봄 인력 양성, 상시적인 재정 뒷받침 등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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