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은 아이, 기다려도 될까
언어지연부터 전반적 발달지연까지
2026년 국내 기준으로 본 ‘조기평가의 중요성’

아이의 발달은 일정한 속도가 아닌 ‘방향성’을 따른다.
다만 그 방향이 또래와 현저히 다를 때, 부모는 가장 먼저 ‘기다림’을 선택하게 된다. 말이 늦게 트이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 역시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림이다.
“말은 원래 늦게 트는 아이도 많다”는 주변의 조언은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지만, 영유아 발달의 특성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관찰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언어, 운동, 사회성 발달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영역의 지연은 다른 발달 영역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소아 재활 및 발달 전문의들은 “발달은 기다림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 시기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발달지연, ‘질환’이 아니라 발달 과정의 이상 신호
발달지연은 특정 병명을 의미하는 진단명이 아니라, 해당 연령에서 기대되는 발달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내 임상 기준에서도 대운동, 미세운동, 언어, 인지, 사회성, 일상생활 능력 가운데 하나 이상이 또래 대비 의미 있게 늦을 경우 발달지연을 의심한다.
특히 두 개 이상의 영역에서 지연이 동반될 경우 ‘전반적 발달지연(Developmental Delay)’으로 평가하며, 이 경우 단순한 경과 관찰보다 정밀 평가가 권고된다.
2025년 이후 우리나라 영유아 건강검진 체계에서도 발달선별검사를 통해 이러한 영역별 지연을 조기에 확인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말이 늦어요” — 부모 상담에서 가장 흔한 ‘언어지연’
임상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발달 관련 상담은 단연 언어지연이다.
언어지연(Language Delay)은 연령에 비해 이해 언어 또는 표현 언어 발달이 유의하게 늦은 상태를 의미하며, 단순히 “말을 늦게 시작하는 아이”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언어지연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뉜다.
표현 언어 지연: 말을 이해는 하지만 표현이 늦은 경우
수용 언어 지연: 말 이해 자체가 늦은 경우
혼합형 언어지연: 이해와 표현이 모두 늦은 경우
이 가운데 수용 언어 지연이 동반될 경우 발달 평가의 필요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5–2026 국내 기준으로 보는 언어 발달 지연 의심 신호
국내 소아 발달 평가 기준 및 영유아 검진 지침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 전문 평가가 권장된다.
- 12개월 : 의미 있는 옹알이가 거의 없음
- 18개월 : 의미 있는 단어 사용이 없음
- 24개월 : 두 단어 조합 문장이 없음
- 30개월 이후 : 또래 대비 말의 양이 현저히 적음
- 말 대신 몸짓·울음에 과도하게 의존
-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일관되지 않음
또한 눈맞춤이 적거나, 상호작용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단순 언어지연이 아닌 사회성 발달 특성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언어지연의 원인, 단순 ‘늦트임’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언어 발달 지연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청력 저하
미숙아 출생
신경발달 이상
유전적 요인
뇌 발달 관련 질환
발달 및 신경학적 요인으로는,
자폐 스펙트럼 특성
전반적 발달지연
인지 발달 지연
환경적 요인으로는
언어 자극 부족
양육 환경 변화
과도한 미디어 노출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영유아기의 과도한 수동적 영상 노출은 표현 언어 발달 지연과 연관성이 있는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발달 평가’
발달 평가는 단일 검사로 소아, 아동의 상태를 단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발달선별검사(K-DST)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정밀 평가로 연계된다.
언어지연 평가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보호자 상담 및 발달 병력 청취
발달 선별검사 시행
언어발달 정밀검사
청력 검사
필요 시 신경학적 검사 및 추가 검사
특히 언어지연의 감별 진단에서 청력 검사는 필수적인 평가 항목으로 간주된다.
치료는 ‘교정’이 아니라 ‘발달 촉진’의 개념
발달지연 치료의 핵심은 결핍된 기능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뇌의 가소성이 높은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연 영역에 따라 맞춤형 중재가 이루어진다.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인지치료, 부모 교육 및 상호작용 치료 등을 진행한다.
특히 영유아기는 신경가소성이 가장 높은 시기로, 조기 개입 시 기능 향상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재활의학 및 발달의학 분야의 공통된 견해다.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단순 경과 관찰보다 전문 상담이 권장된다.
- 또래보다 언어와 운동 발달이 함께 늦은 경우
- 퇴행(잘하던 기능이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는 경우
- 이름 반응, 눈맞춤,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경우
- 부모가 반복적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
이때 부모의 직관은 임상적으로도 중요한 초기 신호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다림보다 ‘적절한 시기의 평가’가 예후를 바꾼다
발달지연, 특히 언어지연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중재 효과가 좋은 영역이다.
무조건적인 기다림은 발달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지만, 조기 평가와 개입은 아이의 잠재 발달 속도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말이 늦는 아이 중 상당수는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통해 충분히 발달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걱정이 드는 순간이 바로 평가를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아이의 발달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를 놓치지 않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움말 : 이지재활의학과의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변찬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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