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금지 약물 일괄 분류는 비과학적”…정신의학회, 치료 중단 우려

▲ 정신질환 약물을 일률적으로 ‘운전금지’로 분류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환자 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오픈ai 생성이미지]

(헬스케어저널=구재회 기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최근 대한약사회가 일부 의약품을 ‘운전주의·운전금지’로 분류해 배포한 것과 관련해 “비과학적 조치”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공식 기준과 법적 제도 정비가 없는 상황에서 386개 의약품 성분을 4단계로 일방 분류한 것은 의학적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정신질환 약물의 일률적 운전금지 규정은 환자 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추신경계 약물의 경우 복용 초기와 유지기에 따라 부작용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데, 개별 환자의 상태나 주치의 판단을 배제한 채 성분만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이번 분류에는 인슐린, 당뇨병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등 필수 의약품도 포함돼 있어 특정 질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 전반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분별한 금지 목록과 처벌 중심의 단속이 오히려 환자의 약물 복용 중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운전이 생업인 환자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질환 증상 악화로 교통사고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특정 단체가 처방약을 독자적으로 ‘운전 금지’로 분류한 사례는 없다”며 “전문의와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다학제 체계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고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질환의 중증도와 개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 분류는 환자를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 결과를 낳는다”며 “치료율 저하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학회는 ▲전문의 중심의 국가 표준 의학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 ▲도로교통법 내 ‘의학적 방어’ 조항 신설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추진 등 3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향정신성 약물 복용이 곧 운전 금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는 도로 위에서도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마약 및 오남용 약물 운전에 대한 엄정 대응에는 공감하지만, 환자의 치료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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