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 순천향대 신장내과, 다낭신…가족력 있다면 정기검진 핵심
신장 건강을 진료하다 보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데 검사를 해보니 이미 신장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처럼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대표적인 유전질환이 바로 ‘다낭신(Polycystic Kidney Disease, PKD)’입니다.
신장 내부에 수많은 물주머니(낭종)가 생겨 신장이 점점 커지면서 기능은 떨어지는 병으로,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특히 중요한 질환입니다.
유전으로 생기지만, 증상은 늦게 나타나는 병
정상적인 신장은 남성 약 10cm, 여성 약 9cm 정도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다낭신 환자에게서는 낭종이 계속 자라 신장이 수십 cm에 이를 만큼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ADPKD)으로 발생하며, 부모 중 한 명이 환자라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됩니다. 원인 유전자는 PKD1이 약 85%, PKD2가 약 15%를 차지합니다.
국내에서도 성인 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환입니다. 약 3만~4만 명이 환자로 추정되며, 당뇨병·고혈압·만성사구체신염에 이어 말기 신부전의 네 번째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외래에서 항상 가족력 여부를 꼭 확인하고, 가족 구성원에게도 정기검진을 권합니다.

“초기엔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다낭신의 위험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대부분 45세 이전까지는 거의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옆구리 통증 ▲복부 팽만감 ▲혈뇨 ▲고혈압 ▲잦은 요로감염 ▲신장결석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 없이 지내다가 어느 순간 신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단계가 되어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한 뇌동맥류, 간·췌장낭종, 심장판막 질환처럼 다양한 전신 합병증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초음파, CT,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신장의 낭종 수와 크기를 확인합니다. 특히 MRI는 신장 용적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어 예후 예측에 유용합니다. 필요한 경우 유전자 검사로 가족력 확인과 장기적인 예후 예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근본 치료는 없지만,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유전적 결함을 직접 고치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신기능 저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낭종 성장 억제제 ‘톨밥탄(Tolvaptan)’이 도입돼 치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신기능 악화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갈증·다뇨·간 기능 이상 등의 부작용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입니다.
생활 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염식 ▲충분한 수분 섭취 ▲혈압 조절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이러한 기본 원칙이 신장 기능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다낭신은 조기 관리가 생명”
현재 원인 유전자 교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근본 치료 가능성도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생활관리입니다. 다낭신은 관리만 잘해도 신기능 저하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는 질환입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마다 신기능 검사, 그리고 철저한 혈압 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작은 변화라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신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환자분들이 “교수님 덕분에 문제를 미리 발견했다”고 말할 때마다,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신장은 조용히 망가지기 때문에, 더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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