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0만원에도 의사 못 구해…합천군, 필수의료 공백 현실화

▲ 일당 100만원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 합천군에서 필수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남 농촌마을의 풍경 [사진=셔터스톡]

경남 합천군이 일당 1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의료진 채용에 실패하면서 지역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재에 더해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대규모 복무 만료까지 겹치며 농어촌 의료 인력난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16일 합천군에 따르면 현재 복무 중인 공보의 27명 가운데 의과·치과·한의과를 포함한 17명(약 63%)이 오는 4월 복무를 마친다. 이들이 빠질 경우 1차 진료 공백은 물론, 필수의료 접근성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 내 필수의료를 담당해 온 삼성합천병원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역시 최근 전문의 2명의 계약이 만료된 이후 후임을 구하지 못해 정상 진료가 어려운 상태다. 두 진료과 모두 농어촌 지역에서 특히 수요가 높은 분야라는 점에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군보건소는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반의 자격의 관리의사 1명 채용에 나섰다. 올해 초 1차 공고에서 일당 60만원을 제시했으나 지원자가 없었고, 2·3차 공고에서는 일당을 100만원까지 인상했다. 월 20일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2천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식 지원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문의는 있었지만 상당수가 70대 전후의 고령 의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입장에서는 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고령 의료진이 열악한 인프라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뒤따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급여 수준만으로는 농어촌 근무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대비 교육·문화 인프라 격차, 가족 동반 생활 여건, 협진 시스템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사실상 상시 대기와 유사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의료사고 발생 시 리스크를 분산할 체계가 취약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합천군은 업무 강도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군보건소 진료는 예진과 만성질환 관리 중심이며, 응급의료기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퇴근 후 응급 호출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는 공보의 수 감소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공보의 수는 2020년 1309명에서 2024년 738명으로 4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복무 기간이 37개월로 일반 병역(18개월)보다 길어 젊은 의사들이 현역 입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의정 갈등 이후 의대생 휴학이 이어지면서 향후 신규 의사 배출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보의 배정 인원이 추가로 줄어들 경우 농어촌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합천군은 인근 상급종합병원과 협진 체계를 강화하고, 비대면 진료 및 순회 진료를 활성화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면적·고령화율·의료취약도 등을 반영한 공보의 배치 기준 재설정 등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합천군 관계자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구조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수급 대책이 병행돼야 지역 의료 공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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