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체납 시 환급금에서 우선 공제…응급의료·환자기록 열람 관련 법도 함께 정비
국회 본회의 통과…보험료 형평성 강화
인권위 조사 권한 확대·응급의료 접근권 명문화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가입자는 앞으로 의료비 환급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고, 밀린 보험료만큼을 먼저 공제한 뒤 지급받게 된다.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금이 사실상 체납 보험료 정산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국민건강보험법 등 복지위원회 소관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본인부담 상한액 환급금, 체납 보험료 있으면 차감 후 지급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료 또는 법정 징수금을 내지 않은 가입자에게 본인부담 상한액 초과 의료비를 환급할 때, 체납액을 먼저 공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한 해 동안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정해진 상한선을 넘으면 초과분을 돌려주는 제도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사회안전장치로 평가된다.
2025년 기준 연간 상한액은 소득 하위 계층의 경우 약 89만 원, 상위 계층은 최대 826만 원 수준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부 체납자가 보험료는 내지 않으면서도 환급금은 그대로 수령하는 사례가 형평성 논란을 낳아 왔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보험료 납부의 공정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목적이면 환자 진료기록 열람 가능
이날 함께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은 환자 기록 열람 금지의 예외 사유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활동을 추가했다.
현행법은 환자 본인 외 제3자가 진료기록을 확인하거나 사본을 받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수사기관 요청 등 일부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정신의료기관 내 인권 침해 의혹 등 조사 과정에서 자료 확보가 어려워 조사가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인권위가 조사와 직접 관련된 경우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이나 사본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신병원 내 학대 의혹, 장기 입원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의 진상 규명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0년간 인권위가 진행한 정신의료기관 관련 조사 건수는 약 1만7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는 곳 때문에 치료 못 받는 일 없게”…응급의료 권리 명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동시에 처리됐다.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차별 없이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법률에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 등 의료 취약지에서는 응급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 책임을 한층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미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의료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며, 앞으로도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파산 이력 이유로 직무 제한하던 규정도 완화
이날 본회의에서는 복지위원회 소관 법률 가운데 ‘파산 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경우’를 일률적 결격 사유로 규정했던 조항들도 정비됐다.
이에 따라 파산 경험이 있더라도 각 시·도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정신질환자 보호의무자, 한약업사 등의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재정 실패가 곧 업무 능력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파산자에 대한 과도한 법적 차별을 완화하고 사회 복귀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의결된 법률 개정안들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보험료 납부 형평성 강화, 인권 보호 확대, 응급의료 접근성 개선 등 여러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안전망이 한층 촘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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