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비만, 개인 문제 아닌 만성질환”…춘계학술대회 개최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 속 생애주기 관리 필요성 강조

▲ 대한비만학회 제63차 춘계학술대회 포스터. 학회는 13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만 치료의 다각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료=대한비만학회]

대한비만학회가 비만을 단순한 체중 문제나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조기 관리와 정책적 대응이 향후 성인 비만 문제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한비만학회는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제63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접근과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비만 치료에 대한 인식 전환: 다각적 접근의 시급성(Rethinking Obesity Care: Urgent Need for Multi-Approach)’을 주제로 진행되며 생활습관 관리, 약물치료, 수술, 정책적 대응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을 다루고 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비만은 만성적이고 재발 위험이 높은 우리 사회의 주요 건강 문제”라며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생활습관 문제로만 볼 수 없고 식습관 환경, 스트레스,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함께 비만에 대한 올바른 치료와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대한비만학회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소아·청소년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은 22.1%로 나타났다. 이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라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소아 비만의 절반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며 “어린 시절 형성된 식습관이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생애주기별 관리 전략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와 영유아 비만 관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 관련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인 비만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학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8.4%로 집계됐으며, 특히 35~39세 연령대에서는 4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우울증, 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이유로 학회는 비만을 보다 명확한 질환 개념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체중 상태가 아니라 건강 위험을 동반한 ‘비만병’ 개념을 도입해 ‘비만병 전 단계’와 ‘임상적 비만병’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민선 이사장은 “BMI 기준만으로 비만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BMI 25~27 구간에서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동반질환이 상당히 나타나는 만큼 건강 상태와 위험도를 함께 고려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관련 기준을 마련한 뒤 유관 학회와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 환경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도비만 수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만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학회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비만 치료 상당수가 비급여로 이뤄지고 있어 특히 소아·청소년의 경우 검사와 진단, 치료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관리 역시 비만 치료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됐다. 김은미 대한비만학회 회장(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식사량을 단순히 줄이기보다 채소와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식사 구성을 조절하면 만족감을 유지하면서 체중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카페 음료 한 잔이 한 끼 권장 열량을 넘는 경우도 많다”며 “초가공식품 증가 등 식품 환경 전반을 함께 살펴보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성희 대한비만학회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 관련 데이터를 발표하면 여전히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보는 반응이 많다”며 “비만을 의료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이해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비만 문제와 함께 섭식장애 치료 방향을 다루는 학술 세션도 진행됐다. 섭식장애는 극단적인 저체중과 폭식 등 비정상적인 식사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으로, 비만과 함께 식습관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섭식장애 치료 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the Treatment of Eating Disorders)’을 주제로 열린 위원회 세션에서는 김율리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유진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양재원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이강수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좌장은 김수영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신혜정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맡았다.


▲ 김율리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는 신체 손상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으로 조기 치료 개입이 예후를 좌우하는 만큼 국내 의료 환경을 반영한 근거 기반 임상진료지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구재회 기자]


김율리 교수는 섭식장애 치료를 위한 국내 임상진료지침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섭식장애는 비정상적 섭식 행동으로 신체 손상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이며 빠른 치료 개입이 예후를 결정한다”며 “국내 환자의 특성과 의료 환경을 반영한 근거 기반 치료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은 기존 해외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최신 연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해외 진료지침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연구 자료를 추가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 최유진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에서 경구 섭취만으로 체중 회복이 어려운 경우 비위관을 통한 재급식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임상적 판단을 통해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구재회 기자]


최유진 교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저체중과 영양실조 관리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경구 섭취만으로 체중 회복이 어려운 경우 비위관(NG tube)을 이용한 재급식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위관 영양 공급은 체중 증가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와 임상적 판단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비위관 삽입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보호자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면 정맥영양 치료는 감염이나 혈당 변화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양재원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는 신체 이미지 왜곡과 정서 조절 문제 등 심리적 요인이 깊게 관여하는 질환으로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심리치료가 중요한 치료 방법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사진=구재회 기자]


양재원 교수는 섭식장애 치료에서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섭식장애는 신체 이미지 왜곡과 정서 조절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가 깊게 관여하는 질환”이라며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심리치료가 핵심 치료 방법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 이강수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 치료에서 약물치료는 심리치료와 병행해 활용될 수 있으며 질환 유형과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전략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구재회 기자]


이강수 교수는 약물치료의 효과와 한계를 설명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에서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연구된 약물군 가운데 비교적 많은 관심을 받아 왔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올란자핀 등이 체중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신경성 폭식증의 경우 항우울제 플루옥세틴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소개됐다. 정신심리치료가 어려운 경우 1차 약물치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폭식장애에서는 리덱스암페타민(LDX)이나 토피라메이트를 심리치료와 병행하는 치료 전략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사진=구재회 기자]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박주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임상진료지침이사, 박성민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 전원호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 그리고 환자 보호자가 참여해 섭식장애 치료 환경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패널들은 섭식장애가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이 함께 영향을 받는 복합 질환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호자 측에서는 환자 치료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과 지원 체계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비만과 섭식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식행동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치료와 예방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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