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귀찮아…” 성인 ADHD인가, 번아웃인가

집중력 저하의 진짜 원인을 구분해야 할 때

▲ 봄철 우울과 환경 변화로 집중력 저하가 늘면서 ADHD 오해가 커지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 구분이 중요하다. [오픈ai 생성이미지]


(헬스케어저널=구재회 기자) 만물이 생동하는 봄철이지만 오히려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일조량 증가와 생체리듬 변화 등이 겹치는 이 시기에는 우울감이 심화되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 현상이 나타나며, 실제로 봄철 자살률이 연중 최고 수준을 보이는 경향도 확인된다.

이처럼 계절적 요인과 생활 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집중이 안 된다”, “실수가 잦아졌다”는 호소도 함께 늘고 있다. 단순한 피로로 넘기기에는 일상과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많은 이들이 ‘혹시 ADHD 아닐까’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은 전혀 다를 수 있다며, 성인 ADHD와 번아웃, 우울증을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왜 다들 ‘ADHD’를 의심할까

최근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과거에는 주로 아동기에 진단되는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집중력 저하, 충동성, 정리 어려움 등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숏폼 콘텐츠 중심의 생활 환경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해 주의 집중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기존에 크게 드러나지 않던 ADHD 성향이 두드러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ADHD’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환경 변화로 ADHD처럼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ADHD가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선천적인 신경발달 특성과 관련돼 있으며, 환경은 이를 ‘드러나게 만드는 요인’에 가깝다.

◇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번아웃’과 ‘우울증’

문제는 ADHD와 유사한 증상이 반드시 ADHD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번아웃과 우울증이다.

번아웃은 쉽게 말해 ‘과열된 엔진’ 상태다. 원래는 일을 잘하던 사람이 특정 시점 이후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번아웃일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휴식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우울증은 조금 다르다. ADHD가 ‘하고 싶은데 안 되는 상태’라면, 우울증은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집중력 저하보다 감정의 저하, 무기력, 공허감이 더 핵심 증상이다.

이와 관련해 정혜인 심리학자(플리마인드 대표)는 “성인 ADHD, 번아웃, 우울증은 집중 저하·무기력·실행 어려움 등 겉으로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각성 조절 시스템, 스트레스 반응, 정서 회로, 발달사와 환경 요인이 서로 다르므로 정확한 평가 후 개입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구분의 핵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얼마나 지속됐는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나타나는가’ 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시작점’, ‘지속성’과 ‘맥락’이다.

ADHD는 어린 시절부터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반면 번아웃은 특정 사건 이후 갑자기 나타나며, 우울증은 감정 변화가 중심이 된다.


▲ 정혜인 심리학자(플리마인드 대표)


정혜인 심리학자는 “주의집중의 어려움이 어릴 때부터 여러 환경에서 반복되어 왔다면 ADHD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최근 들어 스트레스, 수면 저하, 직무 과부하, 우울감과 함께 집중력이 떨어졌다면 번아웃이나 우울 상태를 포함한 다른 원인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며 “증상이 언제부터, 어떤 맥락에서 시작됐고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 진단 전, 먼저 해봐야 할 ‘환경 점검과 생활리듬’이다.

전문가들은 집중 저하나 무기력이 느껴질 때 곧바로 자기진단에 머무르기보다, 환경 요인을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알림을 줄이고 숏폼 콘텐츠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자극 환경을 조절하고, 큰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실행하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수면 습관을 회복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일상 기능 저하가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혜인 심리학자는 “집중력 저하나 무기력이 나타날 때는 병명부터 단정하기보다, 먼저 수면, 디지털 자극, 업무량, 생활리듬 같은 환경 요인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조정을 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 통제가 어렵다면 그때는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한국인 80%가 경험한다는 번아웃

한편 번아웃은 더 이상 일부 직장인의 문제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성인 80% 이상이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 문화와 성과 중심 환경으로 인해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쉬는 방법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면’을 꼽는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를 회복시키고 감정을 정리하는 핵심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수면을 ‘낭비’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 중요한 것은 ‘병명 단정’보다 정확한 평가다

집중이 어렵고 실수가 늘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ADHD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나타나는 어려움이 발달적 특성인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의 영향인지, 우울이나 번아웃과 같은 다른 상태와 관련된 것인지 그 원인을 구분해보는 일이다.

정혜인 심리학자는 “지금은 누구나 집중력이 흔들릴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성급히 하나의 질환으로 단정하기보다, 수면, 생활리듬, 스트레스, 업무 과부하 같은 요인을 함께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DHD, 번아웃, 우울증은 모두 치료와 관리 방식이 다르다. 겉으로 비슷한 증상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면 불안만 커지거나 상태에 맞지 않는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에게 병명을 서둘러 붙이는 일보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활환경과 수면, 스트레스, 몸 상태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필요하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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