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주변엔 없을까?” 통합돌봄 체감 낮은 이유
성남시, 보편복지 아닌 ‘선별형 집중 돌봄’… 퇴원환자·중증 경계선 대상 중심 운영

(헬스케어저널=구재회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마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통합돌봄 제도를 앞다투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돌봄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다.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지침이 아닌 각 지자체의 예산과 인프라 특성에 맞춰 지자체 주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와 범위, 선정 기준이 모두 다르다.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 동네에 그런 제도가 있었나', '신청했는데 왜 나는 떨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곳의 통합돌봄은 정확히 어떤 대상을 위해 어떻게 굴러가고 있을까. 그래서 일단 본지가 속해있는 성남시청에 그에 대한 답을 물어봤다.
◇ 단순 가사 지원은 반려, 촘촘한 보건·의료적 판정이 핵심
성남시가 추진 중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사업은 관내 3만 6000여 명이라는 대규모 집중 관리 대상을 설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체감도가 다소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제도가 기초연금이나 단순 가사 지원 같은 보편적 복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객관적인 판정 체계를 거쳐, 요양병원 입원 경계선상에 놓인 중증 대상자를 선별해 살려내는 맞춤형 집중 의료 서비스에 가깝다.
성남시 통합돌봄 현장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오해는 이 제도를 일반적인 가사도우미나 요양보호사 파견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이 양호하고 보건·의료적 처치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단순 청소나 가사 도움을 목적으로 신청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에게는 기존의 보편적 노인복지 서비스가 안내된다.
또한 이미 장기요양보험 등으로 충분한 재가 돌봄을 받고 있어 일상 유지가 가능한 중복 지원자도 제외된다. 반대로 의료적 중증도가 너무 높아 자택 돌봄이 불가능하고, 2차 병원 이상의 집중 치료나 시설 입소가 시급하다고 의료진이 판단한 경우에도 탈락 사유가 된다.
한정된 행정력과 예산을 중증도가 높고 돌봄 공백이 확실한 시민에게 집중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별 과정이다.
◇ 장기요양 등급 없어도, 가족 있어도 돌봄 공백 생기면 지원
그렇다면 실제 혜택을 받는 이들은 누구일까. 성남시는 사각지대 없는 돌봄망을 위해 우선 발굴 대상을 장기요양 재가급여자부터 고령 장애인까지 6개 핵심군으로 세분화했다. 이 중 가장 높은 서비스 연계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급성기 치료 후 자택 복귀를 준비하는 '의료기관 퇴원(예정)환자'다.
주목할 점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등급외자도 의료적 필요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등록상 가족이 동거하더라도 가족의 경제활동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면 대상자에 포함된다.
개인이 직접 신청하는 단편적 방식에서 벗어나, 행정복지센터의 선제적 발굴이나 협력 병원의 퇴원 연계 의뢰를 통해 행정·보건 기관이 패키지형으로 연계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 집으로 찾아오는 의사, 원치 않는 요양병원행 막는다
통합돌봄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다. 최근 관내 거주하는 80대 독거 어르신은 고관절 골절 수술 후 자력 보행이 불가능해 원치 않는 요양병원 재입원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협력 병원 퇴원환자 지원부서의 연계로 통합돌봄 대상자가 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보건소 재택의료센터 의사와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자택을 방문해 수술 부위를 관리했고, 영양 결핍을 막기 위한 식사 배달이 이루어졌다. 실내 이동 중 2차 낙상을 방지하고자 침실부터 화장실까지 안전바를 설치하는 주거환경개선도 신속히 완료됐다.
살던 곳에서 다시 건강한 일상을 회복한 어르신의 사례는 재택의료 중심 구조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 AI 예방부터 생애 말기 케어까지… 진화하는 성남형 모델
성남시는 관내 풍부한 우수 의료 인프라와 첨단 기술을 융합해 독자적인 '스마트 의료·돌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AI 방문진료 및 안부든든 사업으로 예방적 돌봄망을 촘촘히 다지는 중이다.
나아가 지역 내 다수 병원과 퇴원환자 지원 협약을 맺고 가사, 식사, 이동 지원 등을 포함한 원스톱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소 소속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재택의료 사업을 넘어,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존엄하게 노후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내 집 생애말기케어' 제도까지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일반 시민의 눈에는 일상적인 체감도가 낮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생사의 기로에서 낯선 시설이 아닌 내 집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성남시의 선별적 통합돌봄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고 따뜻한 생명줄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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