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0보만 걸어도 인지 저하 늦춘다

“알츠하이머 병리 시작된 노인도 신체활동으로 진행 속도 완화”
  • 오혜나 기자
  • 발행 2025-11-04 11:39

▲ 하루 5000보 이상 걷는 고령층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저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셔터스톡]

신체활동이 적은 고령층도 하루 5000보 안팎을 걷는 것만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인지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의대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B) 공동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지기능이 정상인 50~90세 고령자 290여명을 최대 14년간 추적한 결과, 걷는 양이 많을수록 뇌 속 단백질 축적과 인지 저하 속도가 모두 늦게 진행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루 3000보 이상부터 효과…5000~7500보서 안정화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하루 걸음 수에 따라 ▲비활동(3000보 이하) ▲저활동(3000~5000보) ▲중간활동(5000~7500보) ▲활동적(7500보 이상) 네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3000보 이상을 걷는 사람부터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고, 5000~7500보 수준에서는 효과가 안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우 단백질 축적과 관련된 인지 저하가 완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하루 3000~5000보 그룹은 3000보 미만 그룹보다 타우 단백질 축적 속도가 약 20%, 인지 저하 속도가 약 40% 느렸으며, 5000~7500보 그룹은 각각 약 30%, 50% 더 완만했다. 반면 7500보 이상에서는 효과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평탄화(플래토) 현상이 나타났다.

“노인층 실천 가능한 현실적 목표”

연구진은 “운동량이 많을수록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축적이 모두 늦춰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알츠하이머병 병리적 변화가 이미 시작된 단계에서도 신체활동이 인지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인지기능이 정상인 고령층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수준과 알츠하이머병 생체표지자 간 연관성을 장기간 추적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라며 “노인층이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접근 가능한 운동 목표(하루 5000보 수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체활동,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 관리에 핵심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절반가량은 예방 가능한 요인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신체활동 부족은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인간 대상의 장기 관찰을 통해, 단순한 ‘운동 부족’이 아닌 걸음 수 자체가 병리 진행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다만 “관찰연구 특성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으며, 이미 병리 진행이 빠른 사람이 활동량이 적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걷기, 가장 손쉬운 두뇌 보호 습관”

전문가들은 하루 1만보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걷기가 인지건강 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연구를 주도한 재스미어 찻왈(Jasmeer P. Chhatwal) 교수는 “노인들이 무리한 운동 대신 일상 속 걷기부터 시작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걷기와 같은 꾸준한 신체활동은 두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처 : Nature Medicine (2025), Jasmeer P. Chhatwal et al., Physical activity as a modifiable risk factor in preclinical Alzheimer’s diseas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9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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