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 1위, 난청을 놓치지 말아야

도움말: 이비인후과 교수 선우웅상

▲ 난청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 [사진=AI 생성이미지]

많은 사람들이 난청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노화 현상 정도로 생각한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나이가 들어서 귀가 좀 안 들리는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난청을 단순한 청력 문제로 보지 않는다. 난청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는 아직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치매 예방을 이야기할 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청력 관리다.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 「The Lancet」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치매의 약 45%가 관리 가능한 위험요인을 조절함으로써 예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년기의 난청은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고혈압이나 흡연, 운동 부족뿐 아니라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비슷한 수준의 중요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난청이 왜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일까

첫째, 청각 자극이 감소하면 뇌의 청각피질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사용이 감소한 뇌 영역은 점차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잘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뇌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게 된다. 말소리를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다 보니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사용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셋째, 난청은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모임이나 사회활동을 피하게 되고, 이는 우울감과 고립감을 증가시킨다. 사회적 고립 역시 치매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난청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이다. 나이나 유전적 요인은 바꾸기 어렵지만, 난청은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청력검사다. 청력 저하는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TV 소리를 점점 크게 듣게 되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장소에서 대화가 어렵고, 상대방의 말을 자주 되묻게 된다면 청력검사가 필요한 신호일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소음 노출을 줄이고 중이염 등 귀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보청기 착용을 통해 청각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보청기 사용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물론 난청을 교정한다고 해서 모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방 가능 요인이 난청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40~60대 중년층은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이다. 중년기에 시작된 청력 저하는 이후 인지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 시기의 청력 관리는 단순히 잘 듣기 위한 차원을 넘어 미래의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질환일수록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난청은 예방할 수 있고, 조기에 교정할 수 있으며, 관리가 가능한 위험요인이다. 지금 자신의 청력을 점검하는 작은 실천이 미래의 인지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프로필] 선우웅상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www.gilhospital.com)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중이염, 난청, 이명, 어지럼증, 안면마비, 보청기클리닉 등을 전문 진료 분야로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으며,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을 거쳐 서울대병원 전임의로 근무했다. 이후 UAE Sheikh Khalifa Specialty Hospital 전임의를 지냈고, Harvard Medical School에서 연수했다.

현재는 가천대 길병원 교육수련부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이과학회, 대한청각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귀 질환과 청각 분야 진료 및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희 기자 /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